사진노래 69. 가을날 시골아이



  가을날에 가을볕을 쐬면서 가을들을 걷습니다. 큰아이는 다섯 살 언저리에 저만치 앞장서서 달려가면서도 내 눈에서 사라지지 않을 만한 데에 있었는데, 작은아이는 저만치 앞장서서 달려가다가 내 눈에서 사라져서 도무지 안 보이는 데까지도 신나게 그냥 달립니다. 층층논으로 이루어진 논둑길을 꺾어서 달리는 작은아이는 내가 미처 좇아갈 틈조차 주지 않고 사라지려 합니다. 오른무릎을 다쳐서 천천히 걸어야 하는 나로서는 작은아이 꽁무니를 좇기도 벅찹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몸이요 하루이기에 작은아이가 층층논 사이로 사라지려는 모습을 아스라이 바라봅니다. 사진 한 장 고맙게 찍습니다. 4348.10.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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