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1] 가을스럽다



  가을날 아침에 마당에서 초피알을 훑다가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초피알은 새빨갈 적에 훑기도 하고, 겉껍질이 짙누렇게 마른 뒤에 훑기도 합니다. 따서 말릴 수 있고, 나뭇가지에 달린 채 말려서 가볍게 훑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훑든 다 좋고, 어떻게 말려도 다 즐겁습니다. 가을이기에 초피나무에서 초피알이라는 열매를 훑어요. 가을볕을 받으며 바싹바싹 마르고, 가을바람이 불면서 가을바람이 퍼지지요. 가을들은 샛노랗게 물들면서 가을빛을 퍼뜨리고 가을노래를 일으킵니다. 감알도 익고 나락도 익는 구수한 시골마을은 더없이 싱그러운 가을이기에 ‘가을스럽네’라고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곧 ‘겨울스러운’ 바람으로 바뀌리라 느끼고, 겨울스러운 석 달이 지나면 새롭게 봄이 되어 ‘봄스러운’ 볕이랑 바람이 찾아올 테지요. 이 가을을 온몸으로 한껏 받아들이면서 가을사랑을 꿈꿉니다. 4348.10.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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