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아차린 취나물꽃



  우리 집 뒤꼍 감나무 둘레에서 돋는 맛난 풀이 있다. 참으로 맛난 풀이라서 봄이면 이 풀을 신나게 뜯어서 먹는다. 다만 여태껏 이름을 몰랐다. 이 가을에 뒤꼍에서 ‘떨감(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진 감)’을 줍다가 하얗고 조그맣게 피어난 앙증맞은 꽃을 본다. 아니, 이곳에 웬 꽃이람, 하면서 깜짝 놀란다. 며칠 동안 이 꽃을 보면서 여기에 왜 이 꽃이 있는지 생각조차 못 한다.


  오늘 비로소 이 꽃이 어떤 꽃인지 깨닫는다. 이 시골마을에서 아주 흔하게 보는 꽃이었고 풀이었으며 나물이었다. 바로 ‘취나물꽃’이다. 취나물 가운데 ‘참취나물꽃’이다.


  군대에서 늘 뜯던 풀 가운데 하나인데 그 풀이 이 풀인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며 다섯 해를 살았네. 군대에서는 아주 넓적한 잎으로 자랄 적에만 뜯느라 우리 집 들나물하고 그 옛날 뜯던 참취하고 같은 풀인지도 모르고 살았네. 하기는. 군대에서는 간부들이 억지로 일을 시켜서 자루와 상자에 가득가득 눌러담도록 했지. 군대에서는 간부들이 사병을 시켜서 푼돈 좀 벌겠다며 취나물을 잔뜩 뜯도록 했지. 그무렵 군 간부들은 우리를 시켜서 자루와 상자에 그득그득 눌러담은 취나물을 얼마에 내다 팔았을까.


  우리 집 취나물꽃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윽하게 바라본다. 네가 봄철 내내 우리한테 맛난 풀을 베푼 멋진 아이로구나. 아무쪼록 씨앗을 널리 퍼뜨리렴. 우리 집 뒤꼍에 온통 취나물밭이 되도록 해 주렴. 고마워. 너를 사랑한다.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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