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붙인 사진말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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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놀듯이 살면서 누리는 사진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재미나게 노는 하루가 사진이 되고, 신나게 꿈꾸는 삶이 새롭게 사진이 되면서, 날마다 참으로 새로우며 재미나구나 하고 느낄 만한 사진이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아이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한때는 하루 내내 언제나 있기에, 하루 내내 함께 지내면서 재미난 사진을 고맙게 얻습니다.



한여름에 틀던 선풍기는 선풍기이면서 아이들 놀잇감이 되어 주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한테는 무엇이든 놀잇감이고,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삼아서 웃는 아이들은 언제나 멋진 모델입니다.



함께 마실을 다닐라치면, 언제나 아버지를 뒤에 멀리 두고 앞장서서 달리는 아이들입니다. 뒤에 처지며 쳇쳇거리다가도 저만치 앞장서서 달리는 아이들 뒷모습이 예뻐서 사진기를 손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나이 들어 농약을 손수 칠 수 없으면서, '농약 없는 시골살이'가 아니라 '돈으로 농약헬기를 사서 띄우는 농업'으로 바뀝니다. 농약헬기가 뜨는 날은 창문도 대문도 꼭꼭 닫고 집안에 숨거나 아예 먼 다른 마을로 떠납니다.



아버지는 빨래터 물이끼를 걷고, 두 아이는 깨끗해진 빨래터에서 놀고. 그저 신나고 재미난 하루입니다.



나들이를 갈 적에 먼저 신을 꿰고 마당에 내려서려는 아이들. 그래, 너희가 늘 앞에 서서 길을 열어 주렴.



옥수수를 심고 싶은 큰아이는 손수 옥수수를 심은 뒤, 싹이 트는 모습을 꾸준하게 그림으로 그립니다. 지켜보고 다시 보고 새로 보는 동안 옥수수싹이 다른 풀싹하고 다른 줄 스스로 깨달을 테지요.



물결 뛰넘는 놀이는 아이여도 어른이어도 언제나 재미납니다. 옷 젖을 생각이나 걱정은 내려놓고 그저 놀면 돼요. 사진도 그저 그냥 찍으면 되고요.



한 해에 꼭 하루만 볼 수 있는 모습이란 무엇일까요? 나락꽃도 한 해에 꼭 한 번뿐이지만,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모습도 언제나 늘 꼭 한 번뿐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찾아드는 꼭 한 번 누리는 삶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아이들이 뛰놀기를 그치고 책읽기로 접어들면, 온 집안은 어느새 모든 소리가 사라지면서 고요합니다. 고요한 바람이 어쩐지 낯설어 아이들 뒤에 살그머니 서 봅니다.



맛난 열매는 사람도 새도 벌레도 함께 먹지. 우리 삶에는 모든 이웃이 함께 즐겁게 어우러질 수 있는 웃음이 피어나면서 기쁘지.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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