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이나 ‘토론’을 하는 글쓰기



  ‘논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한때 논쟁을 곧잘 했다. 나 스스로 논쟁을 했을 적에, 또 다른 사람들이 논쟁하는 모습을 지켜볼 적에, 늘 한 가지를 느낀다. 논쟁을 해서는 달라지거나 나아지거나 새로워질 일이 없다.


  ‘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토론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토론모임 같은 자리에 곧잘 끌려가서 자리에 앉아 보았는데, 나 스스로 토론모임에 끼었을 적이든 다른 사람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볼 적이든, 언제나 한 가지를 느낀다. 토론을 한 뒤에 달라지거나 나아지거나 새로워지는 일이 없다.


  논쟁이나 토론은 삶을 바꾸지 못한다. 아니, 논쟁이나 토론은 삶을 바꿀 뜻이 없다. 논쟁이나 토론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는 거짓말이라고 느낀다.


  ‘논쟁’하고 ‘토론’은 ‘가장 부질없는 의사소통’이라고 느낀다. 논쟁하고 토론을 하느라 막상 아무것도 못 하거나 안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논쟁이란 무엇인가? ‘논쟁’이란 “이론(논리) + 다툼(싸움)”이다. 저마다 제 이론이나 논리를 앞세우면서 다투거나 싸우는 일이 논쟁이다. 이리하여, 이론이나 논리를 앞세워서 다투거나 싸우니, 논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저마다 제 이론이나 논리를 밀어붙이려고 하니까. 그저 싸울 뿐이다. 말로 싸운다. 말로 싸우면서 감정이 다친다. 말로 싸우는 사람들은 감정에 골이 패인다. 논쟁은 하면 할수록 서로 멀어질 뿐이요, 서로 제 이론과 논리를 더 단단히 움켜쥘 뿐이다.


  토론이란 무엇인가? “때리기(치기) + 이론(논리)”이다. 저마다 다른 사람(쪽) 이론이나 논리를 때리거나 쳐서 깨부수려고 하는 자리가 바로 토론이다. 그렇다고 헐뜯거나 비아냥거리거나 깎아내리려는 몸짓이 토론이지는 않으나, 토론모임에서 감정이 올라가면 헐뜯기와 비아냥과 깎아내리기가 나오기 일쑤이다. 서로 북돋우려는 모임이 아니라, 서로 때리거나 쳐서 다른 이론이나 논리를 박살내야 ‘내 이론이나 논리가 이길’ 수 있으니, 이런 토론을 해 본들, 이른바 끝장토론 따위를 해 본들, 삶이 달라지거나 나아지거나 새로워질 수 없다. ‘뭔가 해냈다’라든지 ‘너를 꺾었다’라든지 ‘내 논리가 네 논리보다 낫지’ 따위로 짜릿함을 느낄 뿐인 토론이다.


  삶을 가꾸지 못 한다면 민주주의일까 궁금하다. 참말 민주 사회에서 논쟁이나 토론을 해야 할까 궁금하다. 논쟁이나 토론은 정치권력자가 사람들을 수렁에 가두어 놓고 서로 다투면서 쳇바퀴질만 하도록 내모는 무서운 사슬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우리가 할 일은 이론이나 논리를 세워서 다른 사람 이론이나 논리를 박살내려는 짓이 아니라고 느낀다. 저마다 ‘생각을 가꾸고 북돋아’서 ‘다른 사람 생각을 귀여겨듣거나 눈여겨보는’ 동안, ‘함께 삶을 짓는 슬기로운 생각으로 거듭나’도록 “이야기 나누기”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


  의사소통도 논쟁도 토론도 덧없다. 삶은 덧없는 몸짓이 아니다. 삶은 사랑으로 서로 아끼면서 누리는 기쁜 하루이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내 생각을 들려주고, 네 생각을 들어야 한다. 내 생각을 가다듬고, 네 생각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제 논쟁도 토론도 의사소통도 몽땅 내려놓고, 스스로 깊이 생각하면서 다 함께 널리 생각하는 길로 가야 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꽃피우면서 참다운 삶으로 나아갈 노릇이다.


  한국 사회는 논쟁이나 토론은 많아도, 그러니까 의사소통은 한다고 하더라도, 이야기가 좀처럼 없기 때문에 조금도 발돋움을 못하는 채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걸음만 한다고 느낀다. 4348.9.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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