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87.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15.8.29.)



  하룻밤을 바깥에서 자면서 바깥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읍내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군내버스는 지나갔다. 택시를 부를 돈이 주머니에 없다. 버스삯 치를 돈만 있다. 이웃마을로 지나가는 군내버스가 있어서 고맙게 이 버스를 탄다. 이웃마을부터 집까지 2.5킬로미터를 걷는다. 짐을 가득 이고 들면서 들길을 걷는다. 나는 시골에서 사니 시골 들길을 걷는다. 아무도 없고, 자동차도 없다. 제비도 없고 잠자리도 없다. 그래도 나락 익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구름이 달라지는 무늬를 헤아리면서 씩씩하게 걷는다. 한 번 짐을 내려놓으며 어깨를 편 뒤, 새롭게 기운을 내면서 노래한다. 노래하며 걸으니 들길이 싱그러우면서 즐겁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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