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암꽃



  호박은 암꽃이랑 수꽃이 다르다. 암꽃은 열매를 맺을 씨주머니를 통통하게 달고 봉오리를 터뜨린다. 수꽃은 씨주머니에 담을 꽃가루를 수술에 그득 달고 봉오리를 터뜨린다. 암꽃은 꽃가루를 기쁘게 맞아들이면 봉오리를 더는 벌리지 않고 씨주머니가 토실토실 자라도록 북돋운다. 수꽃은 꽃가루를 암꽃 한 송이한테만 나누어 주지 않고 여러 암꽃이 두루 받을 수 있도록 온힘을 쏟는다. 벌이 찾아오고 나비가 찾아들며 개미나 딱정벌레가 자꾸 찾아와서 꽃가루받이를 해 주기를 바란다. 더 맛난 꽃가루를 빚으려고 그야말로 온힘을 낸다. 암꽃은 꼭 한 번만 꽃가루를 받아도 된다. 암꽃은 수꽃이 나누어 준 사랑을 씨주머니에 고이 담아서 새로운 호박알을 맺는데, 이 호박알은 새로운 아기(씨앗)가 오롱조롱 모이는 보금자리(열매)로 거듭난다. 아직 덜 여물어 온통 푸른 빛인 호박 암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쓰다듬는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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