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 집에 가져가서 심을래



  네 식구가 해거름에 사뿐사뿐 마을길을 걷는다. 이때에 사름벼리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본다. 아마 오늘 누군가 부러뜨린 나뭇가지로구나 싶다. 거칠게 부러진, 아니 거칠게 찢어진 자국이 났다. “아버지, 이 나무는 뭐야?” “향나무야.” “항나무?” “향나무.” “향나무?” “응. 그런데 네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어도 돼.” “나, 이 나무 집에 가져가서 심을래.”


  아이들하고 마실을 다니다가 ‘길가로 많이 뻗어서 곧 잘릴 만하다 싶은’ 탱자나무 가지를 내가 먼저 잘라서 뒤꼍에 심어 보기도 했고, 허리가 잘린 대나무를 주워서 심어 보기도 했으며, 이래저래 버려지거나 잘린 나무를 틈틈이 날라서 심곤 한다. 이 가운데 씩씩하게 살아나는 나무가 있고, 그만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사름벼리가 알아채서 살뜰히 주워서 집으로 가져가서 심을 이 나무는 어떻게 될까? 볕이 골고루 잘 드는 자리를 골라서 심는다. 작은아이가 꽃삽으로 땅을 쪼다가 꽃삽을 아버지한테 넘긴다. 꽃삽으로 땅을 팔 수 있겠느냐만, 뭐 작은아이가 쓰던 꽃삽으로 깊이 파고 흙을 모아서 덮어 준다.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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