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3) 금하다禁


 사치품의 수입을 금하다

→ 사치품 수입을 막다

→ 사치품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다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다

→ 일반인은 못 들어오게 막다

→ 여느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하다

 불법적인 영업을 금하였다

→ 불법 영업을 막았다

→ 법을 어기며 장사하지 못하게 막다


  ‘금(禁)하다’는 “1.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다 2. 감정 따위를 억누르거나 참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말리다’이거나 ‘억누르다’이거나 ‘참다’인 셈입니다. 이밖에 ‘막다’나 ‘가로막다’를 쓸 수 있어요.


 사용하지 못하게 금하고 → 쓰지 못하게 막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다 → 놀라움을 억누르지 못하다

 눈물을 금치 못하다 → 눈물을 참지 못하다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禁하다’나 ‘禁止’ 같은 한자말이 두루 퍼졌습니다. ‘출입금지’ 같은 푯말을 꽤 오랫동안 쓰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들어오지 마시오”로 많이 바뀌었는데, ‘禁하다’나 ‘禁止’는 무척 딱딱한 말마디라고도 하지만, 굳이 쓸 일이 없는 외국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금지’가 아니라 “못 쓰게 하다”입니다. ‘통행을 금지하다’가 아니라 “못 가게 하다”입니다. 슬픔도 기쁨도 웃음도 눈물도 ‘참’거나 ‘누르’거나 ‘억누르’려고 할 뿐입니다. 4348.8.16.해.ㅅㄴㄹ



다른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요한은 내심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 다른 여러 가지 일도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요한은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P.라핀/오영숙 옮김-풍부한 유산》(성바오로출판사,1991) 166쪽


삼림의 벌목을 엄히 금지하고 산에 방목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화전 농법을 금하여 지금은 동양보다 더 수려한 자연을 갖게 되었다

→ 숲에서 나무를 못 베게 하고 짐승을 풀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부대밭을 못 짓게 하여 이제는 동양보다 더 빼어난 자연이 되었다

《김준호-사람과 자연》(따님,2001) 146쪽


새로운 전투적 흐름에 우려를 금치 못했다

→ 새로운 전투 흐름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새로운 전투 흐름을 몹시 걱정했다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56쪽


이 생각만 하면 실소를 금치 못했어요

→ 이 생각만 하면 웃음이 터졌어요

→ 이 생각만 하면 어이없어서 웃어요

→ 이 생각만 하면 쓴웃음을 참을 수 없어요

→ 이 생각만 하면 쓴웃음을 멈출 수 없어요

《그랑빌/햇살과나무꾼 옮김-그랑빌 우화》(실천문학사,2005) 219쪽


올 때마다 크루소가 크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올 때마다 크루소가 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딕 킹 스미스/김서정 옮김-워터 호스》(웅진주니어,2003) 11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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