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방아깨비



  호박꽃이 한창 피고 진다. 호박넝쿨이 뻗는 둘레에 돋는 강아지풀을 신나게 뽑다가 방아깨비를 본다. 아주 조그마한 녀석이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녀석도 알에서 갓 깬 녀석하고 대면 제법 큰 녀석이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불러서 “여기 방아깨비 있어.” 하고 말하면 “어디? 어디?”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피는데, 아이들은 좀처럼 못 찾아낸다. 방아깨비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지만, 풀빛하고 똑같은 몸빛으로 감쪽같이 숨었으니 찾아내기 어렵지.


  손가락으로 “저기.” 하고 가리킨다. 그래도 못 찾는다. “저어기.” 하고 다시 가리킨다. 한참 뒤에야 “아하, 저기 있구나. 쟤가 방아깨비야?” 하고 묻는다. 그래, 쟤가 방아깨비란다. 우리 집 풀밭에서 함께 사는 멋진 이웃들 가운데 하나이지. 4348.8.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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