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9] 골짝놀이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두 아이는 아침부터 “물놀이 할래.” 하고 말합니다. 두 아이가 물놀이를 하겠다는 때는 새벽 여섯 시 반. “얘들아, 조금 더 있다가 하지 않으련?” 하고 묻지만, 새벽 여섯 시부터 일어난 아이들은 자는 동안 물놀이를 꿈꾸었을는지 모릅니다. 시골집에서는 땅속 깊숙한 데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올리니, 손이랑 낯만 씻어도 “어, 추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큰 통에 받아 놓은 물도 그늘 자리에 놓으면 그대로 차갑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골짜기에 가고 싶어요. 골짜기에서 놀래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나는 자전거를 몰아 골짝마실을 갑니다. 우리는 자전거로 고갯길을 타고 골짜기에 마실을 가서 ‘골짝놀이’를 합니다. 마당에 드리우는 나무 그늘이 시원하면 마당놀이를 하고, 이불을 마당에 널어서 말리면 이불 밑으로 들어가서 이불놀이를 합니다. 아이들한테는 무엇이든 놀이가 되어요. 책을 읽으면 책놀이요, 소꿉을 만지작거리면 소꿉놀이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다놀이가 되고, 숲에서는 숲놀이입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물놀이·소꿉놀이’쯤만 나오지만, 아이들은 날마다 온갖 놀이를 새롭게 빚으면서 새로운 말을 끝없이 짓습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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