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8] 버스집



  다섯 살 아이가 문득 한 마디를 합니다. “아버지, 저기 ‘버스집’이야?” “응? 버스집?” 무엇을 가리키는가 하고 두리번거리니, 시외버스가 ‘버스터미널’로 들어갑니다. 두 아이하고 시외버스로 나들이를 다니는데, 어느 버스터미널에 살짝 들를 무렵, 작은아이는 그곳에 버스가 가득 있으니 “버스가 사는 집”으로 여긴 듯합니다. 차를 마시는 곳은 찻집이라 하고, 떡을 파는 곳은 떡집이라 합니다. 책을 다루는 곳인 책방을 책집이라 하기도 합니다. ‘버스집’이라는 말처럼 ‘택시집’이나 ‘기차집’이나 ‘비행기집’ 같은 말을 재미나게 쓸 수 있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나루’는 냇물을 배를 타고 건너다니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이 이름을 빌어 ‘버스나루’처럼 쓸 수 있다고도 합니다. ‘쉼터·삶터·놀이터’처럼 ‘버스터·기차터·비행기터’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버스누리·기차누리·비행기누리’ 같은 말을 써 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터미널(terminal)’이나 ‘역(驛)’이라는 낱말만 써야 하지 않아요. 생각을 짓다 보면 새로운 말이 태어날 수 있어요. 다섯 살 어린이가 쉽게 알아들을 만한 이름을 다섯 살 어린이하고 함께 지어 볼 수도 있습니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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