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딸기인걸



  들이나 숲에서 돋는 딸기 가운데 알이 퍽 굵은 녀석이 있다. 조물조물한 알이 모인 들딸기 말고, 굵직굵직한 알이 모인 녀석은 멍석딸기이다. 잎이나 꽃도 여느 들딸기하고 다르다. 찬찬히 살피면 잎이랑 줄기랑 알을 보면서 멍석딸기인 줄 알아챌 수 있지만, 그냥 빨간 빛깔로만 보면 들딸기나 산딸기인 줄 알기 일쑤이다.


  여덟 살 시골순이더러 “얘는 멍석딸기로구나.” 하고 말하는데 ‘멍석’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름을 머리에 안 새기더니, 멍석딸기를 훑고 나서 보름 남짓 지난 어느 날, 들꽃 사진책을 보다가 “아버지, 여기 봐, 우리가 저번에 바다에서 본 딸기는 멍석딸기래!” 하고 외친다.


  아이야, 책에 나오는 모든 이름은 먼저 사람들이 삶에서 빚은 말이란다. 사람들이 삶에서 빚은 말이 없으면 책을 쓸 수 없어. 책에 나왔으니 알아보는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언제나 누리기에 이름이 있고, 이러한 이름을 차곡차곡 모아서 책을 엮는단다. 아무튼, 멍석딸기는 멍석을 깔듯이 옆으로 줄줄이 퍼진다.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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