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0] 몸을 바꾸는 장난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가운데 ‘변신 로봇’이 꽤 많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도 ‘변신 로봇’을 갖고 놀고, 나도 어릴 적에 ‘변신 로봇’을 갖고 놀았습니다. 앞으로 이 땅에 새로 태어날 아이들도 ‘변신 로봇’을 갖고 놀 테지요. 만화영화를 보면 으레 “변신!” 하고 외칩니다. 나도 어릴 적에 그 말을 퍽 자주 따라했습니다. 그러나 ‘변신(變身)’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바뀔 적에 으레 ‘변신’이라 하니 ‘변신’은 그저 ‘변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덟 살과 다섯 살인 어린이한테 “얘, 너 ‘변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이 말을 쓰니?” 하고 물어 봅니다. 두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아니, 몰라.” 하고 대꾸합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어떻게 이 말을 쓸 수 있을까?” “몰라.”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될 적에 ‘변신’이라고 하잖아?” “응.” “그러면, ‘변신’은 뭘까?” “몰라.” 아무래도 여덟 살과 다섯 살 어린이는 ‘변신 = 몸 바꾸기’인 줄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화영화를 빚거나 글을 쓰는 수많은 어른들도 ‘변신’이라는 말마디가 아니라 ‘몸을 바꾸는’이나 ‘바꾸다·바뀌다’ 같은 말마디로 고쳐쓰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쯤, 때때로, 문득, 가만히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바꿔!” 하고 외칠 수 있고, “몸 바꾸는 장난감”이나 “몸 바뀌는 로봇”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4348.6.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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