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4. 나무 한 그루



  밥을 차려서 아이들하고 함께 먹다가 두부에 풀을 한 포기 속 꽂습니다. 봄에 돋는 봄나물을 뜯어서 밥상에 올렸는데, 그냥 먹어도 맛나지만 밥놀이를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저를 놀리던 두 아이는 “오잉?” 하더니 “나무네? 두부에 나무가 생겼네? 나무 한 그루잖아?” 하고 말하다가 “나도 나무 심어야지!” 하면서 풀포기를 하나 집어서 두부에 속 꽂습니다. 큰아이가 ‘풀나무’를 심으니 작은아이도 “나도 나무 심어야지!” 하고 말도 똑같이 따라하면서 풀나무 한 그루를 더 심습니다.


  두부에 꽂은 풀은 풀이지만, 이 풀을 나무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나무로 풀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숲에서 마주하는 나무 한 그루는 ‘나무’이지만, 이 나무를 얼마든지 ‘하늘님’이나 ‘땅님’이나 ‘숲님’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무를 하늘이나 땅이나 숲을 아우르는 님으로 바라본다면 이러한 눈빛이 되고, 이러한 생각이 되며, 이러한 숨결이 됩니다.


  가을에 들녘을 바라보면 누렇게 잘 익은 나락이 물결을 칩니다. 이 나락물결은 그냥 ‘나락’으로만 여길 수 있지만, 바닷물 같은 물결로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금빛’ 물결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무엇을 찍을까요? 바로 내 마음을 찍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이웃과 동무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온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나 ‘지구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마주하면서 찰칵 하고 찍을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들꽃을 ‘가장 빛나는 꽃송이’로 마주하면서 찍을 수 있고, 커다란 바윗돌을 ‘가장 귀여운 조약돌’로 여기면서 찍을 수 있어요. 마음결에 따라서 사진결이 새롭게 흐릅니다. 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 찍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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