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2.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적에는 흔한 모습을 담으면 됩니다. 적잖은 분들은 사진을 찍을 적에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으려고 애쓰는데, 막상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어 본들, 이러한 사진은 ‘흔하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흔한 모습’이 되고 맙니다. 왜 그러할까요?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진은 ‘흔한 모습’이 됩니다.


  그러니까, 굳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을 찾아서 사진을 찍으면 언제나 ‘흔한 모습’만 찍는 셈이요, 여기저기에 흔히 떠도는 모습만 자꾸 사진으로 찍어서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는 사진에 안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모습은 언제나 ‘흔한 모습’입니다. 늘 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노릇입니다. 늘 마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일이요, 남이 아닌 내가 늘 보고 마주하면서 겪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나한테 흔한 삶이라고 해서 남한테도 흔하지 않습니다. 나한테 흔하고 익숙한 모습은 오로지 나한테만 흔하고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리하여, 내 삶에서 나한테 ‘흔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이 ‘흔한 모습’은 언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을 들려주는 사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흔한 모습’에 얹은 사진은, 언제 어디에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일 뿐 아니라, 남들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직 하나 있는 즐겁거나 기쁜 삶노래가 됩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