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54.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를 달고 움직입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에도 그림자가 있습니다. 한자리에 우뚝 서서 살아간다는 풀과 꽃과 나무인데, 이들도 사람하고 똑같이 늘 그림자를 달고 한들거립니다. 한자리에 가만히 서도 해가 움직이고 지구가 빙글빙글 도는 결에 맞추어 그림자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날과 달과 철이 흐르는 결에 따라서 그림자가 바뀝니다.


  집과 돌에도 그림자가 있습니다. 종이와 연필에도 그림자가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모두 그림자를 달고 삽니다. 지구에서는 누구라도 어느 것이라도 그림자와 함께 있습니다.


  빛에는 어둠이 함께 있고, 목숨에는 그림자가 함께 있습니다. 삶에는 죽음이 함께 있으며, 웃음에는 눈물이 함께 있어요. 기쁨에는 슬픔이 함께 있고, 노래에는 고요가 함께 있습니다. 따스함에는 차가움이 함께 있고, 움직임에는 멈춤이 함께 있어요. 그래서, 사진 한 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 다르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낄 수 있어요. 누군가는 삶을 읽을 만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읽을 만합니다.


  이 사진은 이렇게만 읽어야 하지 않고, 저 사진은 저렇게만 바라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모두 다릅니다. 모두 새롭습니다. 모두 다 다르면서 새롭게 움직이고 살아가는 넋입니다.


  꽃을 볼 적에 사진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꽃을 보아도 아무것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밤에도 불빛이 환한 도시에서 즐겁게 놀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지만, 한밤이 어둡지 않아 괴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있지만, 곁에 있는 사람은 쳐다보지 않으면서 언제나 바깥으로만 떠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림자를 보려고 하면 어디에서나 봅니다. 삶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삶을 보려고 하면 어디에서나 봅니다. 사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어디에서나 찍습니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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