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17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05



그리운 너를 만나고 싶어서

― 경계의 린네 17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3.25.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5) 열일곱째 권을 읽습니다. 열일곱째 권에 흐르는 이야기를 찬찬히 살피니, 모두 ‘만남’과 얽힌 삶입니다. 가슴속에 담은 뜻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거나 밝히지 못해 응어리로 남은 아이들이 나옵니다. 가슴속 말을 들려주지 못한 탓에 그만 ‘넋’이 몸에서 빠져나와서 이리저리 떠돌기도 합니다.


  부끄럽거나 쑥스러워서 차마 말을 못 할 수 있습니다. 애써 말을 하더라도 저쪽에서 콧방귀를 뀔까 걱정해서 말을 못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끝내 말을 못 할 수 있습니다.





- “저, 하지만, 이대로 이승에 머물러 있어 봤자, 여자친구 유미도 이미 저승에 가 있을걸, 매미니까.” “응, 이미 환생까지 마쳤을 것 같은데.” (21쪽)

- “이 낫은 악령에 오염된 영철로 만들어졌다고?” “알겠다. 그래서 다른 사신의 낫을 공격하는 거구나.” (31쪽)



  사람은 누구나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옆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못 읽기 마련이고, 스스로 생각을 키우지 않으면, 둘레에서 어떤 마음으로 나와 마주하는지를 도무지 모를 수 있습니다.


  네 마음을 읽으려면 내 마음부터 열어야 합니다. 네가 내 마음을 읽으려면 너도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서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마음으로 이야기를 못 나누고, 아무런 마음도 못 읽어요.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려는 넋일 때에 비로소 마음과 마음이 만납니다.





- “우연히?” “그 부분을 들어야겠는데.” “린네 님, 저승의 주보관에 도둑이 들었대요.” (66쪽)

- ‘이것도 사례금 천 엔, 아니 너를 억울한 저주에서 풀어 주기 위해서야!’ (89쪽)

- “쥬몬지, 사람을 깔보면 곤란해.” “아니, 상품으로 받을 팥빵이 머리에 꽉 차 있잖아?” “우선 이 숭고한 영을 구하는 게 도리지.” (105쪽)



  마음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에 맺힌 이야기를 풀어야지요. 그러면, 마음에 맺힌 이야기는 누가 풀까요? 바로 내가 풉니다. 그런데, 아직도 부끄럽거나 쑥스럽다면? 누군가를 불러서 너와 나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 주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누군가 너와 나 사이에서 부드러운 징검돌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말길을 틀 수 있습니다.


  말과 말이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려야 마음을 나눕니다. 마음과 마음이 홀가분하게 드나들 길이 있을 때에 비로소 사랑을 꽃피웁니다.


  너를 만나고 싶다는 그리움을 꽁꽁 가두거나 묶으면, 그만 억눌립니다. 그리움을 풀지 못하면, 그예 터지고 맙니다. 곪은 데는 덧나고, 다친 데는 도지며, 아픈 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맑은 바람이 부는 곳에서 생채기와 앙금과 응어리를 드러내어야 합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면서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싱그러운 물을 마시면서 삶을 가꾸어야 합니다.






- “이대로 돌아가려고?” “쥬몬지를 깨울까?” “아니, 괜찮아. 우연히 만났을 뿐이고, 썩 친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 얼른 돌아가야지.” (162쪽)

- “이대로 돌아가 봤자 해결되는 건 없어. 그건 사카키, 너도 알고 있겠지? 너는 자기 생령을 전혀 컨트롤 못하고 있어. 왜냐면 네 생령은 훈련으로 다루게 된 것이 아니라, 저절로 튀어나온 거니까.” (177∼178쪽)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에서 삶이 피어납니다. 삶이 피어나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이야기가 피어나는 자리에서 웃음이 피어납니다. 웃음이 피어나는 자리에서는 다시 사랑이 피어납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빕니다. 앙금을 모두 털면서 어깨를 활짝 펼 수 있기를 빕니다. 4348.4.25.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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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2015-04-2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 보여요

숲노래 2015-04-27 08:29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뜻있기도 한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