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90] 우리 집 꽃나무

― 아름다운 지구별을 꿈꾸며



  나는 도시에서 지낼 적에 큰아이를 데리고 날마다 골목마실을 다녔습니다. 큰아이가 마음껏 뛰거나 달릴 수 있는 골목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큰아이가 꽃과 풀과 나무를 언제나 아끼고 어루만질 수 있는 골목밭을 찾아다녔다고 할 만합니다. 한 가지를 더 헤아리면, 아이와 함께 나도 꽃과 풀과 나무를 마음에 담으면서 아름다운 생각으로 삶을 가꾸고 싶었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작은아이가 태어났고, 두 아이는 날마다 ‘우리 집 꽃’과 ‘우리 집 풀’과 ‘우리 집 나무’를 바라봅니다. 우리 집 꽃을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쓰다듬을 수 있고, 우리 집 나무와 아침저녁으로 인사할 수 있어요.


  이웃집 꽃나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집 꽃나무도 사랑스럽지요. 이웃집 꽃나무는 이웃집까지 찾아가야 비로소 마주하면서 바라볼 수 있어요. 우리 집 꽃나무는 우리 집 마루에 앉아서도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집 마당에 서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누울 적에도 우리 집 나무가 바람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며 춤추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온갖 새가 우리 집 나무에 찾아들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내가 아이들과 이곳에서 돌보면서 사랑하는 나무는, 내 이웃한테는 ‘이웃집 나무’가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늘 바라보며 아끼는 나무는, 내 동무한테는 ‘우리 모두한테 푸른 바람을 나누어 주는 나무’가 됩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모든 사람이 저마다 ‘우리 집 꽃나무’를 누리면서 아낀다면, 이 지구별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가만히 꿈을 꿉니다. 4348.4.1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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