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늑대와 춤을 : 오링케이스 한정판
케빈 코스트너 감독, 케빈 코스트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1990


  영화 〈늑대와 춤을〉은 모두 ‘꾸며서 찍은 이야기’라고 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지 말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똑같이 믿을 마음은 없다. 다만,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삶을 보여준다. 저마다 제가 옳다고 하면서 금을 죽 긋고는 서로 신나게 죽이는 남북전쟁이 있고, 이 전쟁터에서 더 살고 싶지 않으려 했으나 외려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 흰둥이한테 삶자리를 차츰 빼앗기면서 끝내 아스라이 사라지는 토박이가 있고, 총이 아닌 사랑으로 삶을 짓고자 하는 군인이 있다. 같은 겨레라 할 테지만 어깨동무를 하기보다 팔아먹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마음으로 믿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 너른 들과 숲을 보듬으면서 이야기를 지으려는 사람이 있으며, 그저 술과 노름과 총질로 들과 숲을 신나게 망가뜨리려는 사람이 있다.

  늑대와 춤을 추는 사람이 있고, 늑대한테 총을 겨누어 죽이는 사람이 있다. 늑대와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이 있고, 늑대 따위는 총 한 방에 죽이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살 때에 사람다운 삶이 될까. 어떻게 사랑할 때에 사람다운 사랑이 될까.

  어느 한쪽이 옳거나 맞다고 할 수 없다. 둘은 서로 다른 삶이다. 둘이 걷는 길이 사뭇 다르다. 둘이 바라보면서 나아가려는 길이 참으로 다르다.

  ‘미국’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인다면, 어느 곳이 미국이 될까? 190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온 미국은 앞으로 2100년대나 2200년대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앞으로도 미국은 온갖 전쟁무기로 수많은 사람을 짓밟는 나라로 버틸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미국은 그네들이 믿고 기대는 전쟁무기에 휘둘리면서 모래알처럼 무너지고 말까?

  ‘늑대와 춤을’ 추는 사람은 군인옷을 벗는다. 늑대와 춤을 추는 사람은 총을 내려놓는다. 늑대와 춤을 추는 사람은 ‘늑대가 밟는 땅’을 맨발로 밟고 맨손으로 짚으면서 제 삶을 지으려고 한다.

  주먹을 쥐고 일어선다. 늑대와 춤을 춘다. 누군가는 바람처럼 날 테고, 누군가는 흙처럼 포근할 테며, 누군가는 햇살처럼 눈부실 테며, 누군가는 맑은 웃음일 테며, 누군가는 곰처럼 기운찰 테며, 누군가는 나뭇잎처럼 푸를 테지. 우리가 스스로 붙이는 이름은 ‘직업’이나 ‘가문’이나 ‘명예’나 ‘권력’일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 붙이고, 이웃과 동무가 우리를 부르는 이름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지으려고 하는 삶과 사랑이 고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영화 〈늑대와 춤을〉에 나오는 새파란 하늘과 짙푸른 숲과 샛노란 가을들과 새하얀 구름이 더없이 싱그럽다. 하늘과 숲과 들과 구름은 늘 그 자리에 있을 텐데, 이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이 뚜렷하게 갈린다. 4348.4.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