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96) 고기튀김/튀김고기 (돈까스, 돈카츠, 돈가스)


  “아버지, ‘돈까스’야? 아니면 ‘돈카츠’야? 어떤 책에는 돈까스라 나오고, 어떤 책에는 돈카츠라고 나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여덟 살 아이가 묻습니다. 이 말을 들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어느 쪽으로 쓰든 그리 바르거나 알맞다 싶은 말이 아니니 섣불리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합니다. 이러다가 아하 하고 한 가지 떠오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돈까스·돈카츠’는 돼지고기를 튀깁니다. 돼지고기를 저며서 튀김옷을 입힌 뒤 기름에 바싹 튀깁니다.


  “‘돈까스’이든 ‘돈카츠’이든 ‘돼지고기튀김’이야. 돼지고기를 튀기거든.”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더 생각해 보니, 나는 아이한테 ‘돼지고기튀김’이라 말했으나, 막상 내 둘레에서 이런 말을 쓰는 이웃이나 다른 어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게에서도 ‘돈까스집’이나 ‘돈카츠집’이라 쓸 뿐입니다.


 돈가스(일본말 豚cutlet) = 포크커틀릿.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돼지고기 튀김’으로 순화


  한국말사전에 오른 표준말로는 ‘돈가스’입니다. 아이가 묻는 말을 표준말로 알려주려 했다면 ‘돈까스’도 ‘돈카츠’도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돼지고기 너비 튀김’이나 ‘돼지고기 튀김’으로 고쳐서 써야 한다고 나옵니다. 다만, 이렇게 고쳐서 쓰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고기튀김

 튀김고기


  여기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볼 만합니다. 우리는 ‘고기튀김’이나 ‘튀김고기’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두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아직 안 올랐어요. 사람들이 고기를 튀겨서 무척 자주 먹거나 즐겁게 먹는데, 이러한 밥살림과 얽힌 한국말이 한국말사전에 제대로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치킨(chicken)’은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 굽기도 한다. ‘닭고기튀김’으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도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나오고, “닭고기에 밀가루, 양겨자 가루, 소금, 후추 따위를 묻혀 기름에 튀긴 요리. ‘닭고기튀김’으로 순화”로 풀이해요.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치킨·프라이드치킨’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요, ‘닭고기튀김’이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닭고기튀김’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안 나옵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닭고기튀김’으로 고쳐쓰라고 하는 ‘치킨·프라이드치킨’인데, 막상 ‘닭고기튀김’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어요.


 닭튀김 = 프라이드치킨


  한국말사전을 더 뒤적이니 ‘닭튀김’이라는 낱말은 나옵니다. 그런데, ‘닭튀김’은 어엿한 올림말이 아닙니다. ‘프라이드치킨’과 같은 낱말이니, 이 영어로 쓰라고 나와요.


  여기에서 다시금 생각을 기울입니다. 우리는 한국말을 슬기롭게 쓸 수 있는 길을 다 압니다. 아직 이를 제대로 살펴서 쓰지는 못할 뿐입니다.


 닭튀김 . 닭고기튀김

 돼지튀김 . 돼지고기튀김

 소튀김 . 소고기튀김


  짧게 끊으면 ‘닭튀김·돼지튀김·소튀김’처럼 쓸 만합니다. ‘-고기-’라는 낱말을 사이에 넣어도 되지만, 안 넣어도 돼요. 그리고 ‘생선가스(생선까스)’는 ‘물고기튀김’으로 손질해서 쓰면 됩니다. 4348.3.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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