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타며 책읽기



  그제 낮에 살짝 읍내마실을 다녀오면서, 작은아이와 나란히 앉을 자리가 없기에, 작은아이를 따로 앉힌다. 작은아이는 앞자리 손잡이를 잡고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며 노래를 한다. 나는 몸을 반쯤 뒤를 보면서 작은아이 앞에 따로 앉는다. 한동안 이렇게 앉아서 작은아이를 지켜보는데, 이럭저럭 작은아이 혼자 앉혀도 될 만하다고 느낀다. 따지고 보면, 기차나 시외버스에서는 이제 두 아이를 모두 따로 앉힌다. 군내버스에서는 작은아이를 처음으로 따로 앉힌다. 조금 더 크면 작은아이는 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아주 따로 떨어져 앉아서 놀 만하리라. 작은아이가 이렇게 혼자 앉아 주니, 나는 가방에 챙긴 시집을 한 권 꺼내어, 20분 동안 호젓하게 읽는다. 여러모로 고맙고 새로우면서 싱그러운 낮이 흐른다. 4348.3.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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