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9] 튿다, 튿어지다



  나는 어릴 적부터 ‘튿다’와 ‘튿어지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내 둘레 어른이나 아이 모두 이러한 말을 썼어요. 그런데, 학교에만 가면 표준말로 ‘뜯다·뜯어지다’만 나옵니다.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괜찮지만, 받아쓰기를 하거나 글을 쓸 적에 ‘튿다·튿어지다’라 적으면 언제나 ‘틀렸다’고 가르쳤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아도 ‘튿다’라는 낱말을 올림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튿다’는 고장말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말이나 표준말은 아닐는지 모르나, 고장에 따라서 쓰는 낱말입니다. 서울에서 다루는 표준 맞춤법에서는 ‘튿어지다 (x) 뜯어지다 (o)’로 가를 수 있을 테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쓰는 말을 살피면, 섣불리 ‘x o’로 가를 수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말을 주고받는 사람이지, 어떤 틀에 스스로 가두어 표준이 되어야 하지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공문서라든지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표준말만 써야 한다고 하면서, ‘뜯다·뜯어지다’만 옳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표준말은 틀에 박힌 굳은 말일 수 없습니다. 한국말은 센말과 여린말로 나누어 함께 쓰는 말결이 아름다운 말입니다. ‘튿다/뜯다’를 얼마든지 함께 쓸 수 있고, ‘튿어지다/뜯어지다’도 얼마든지 나란히 쓸 수 있습니다. 두 말을 골고루 쓸 때에 한국말이 한결 보드랍고 부드러우면서 넉넉하게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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