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책읽기



  사람은 ‘직업’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른이 되면서 ‘직업’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제 몫으로 삶을 누려야 합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른이 되면서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교육과 문화를 보면, ‘직업’이 꼭 있어야 한다거나 찾아야 한다고 몰아세웁니다. 직업이 없는 사람은 바보나 멍청이로 여기기 일쑤요,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 사이에는 ‘어떤 틀에 박힌 일터(사무실)’에 앉아서 또닥거려야 ‘사람된 모습’인 줄 잘못 알거나 여기기까지 합니다.


  시골사람은 아침 아홉 시부터 일하지 않습니다. 시골사람은 으레 새벽 네 시부터 일하고, 새벽 여섯 시 즈음 일을 마무리지은 뒤 아침 일곱 시 즈음 밥술을 뜹니다. 시골사람한테 아침 아홉 시는 ‘하루를 여는 일’을 마무르는 때입니다. 바쁜 일철이라면 햇볕이 뜨거워질 낮까지 일손을 놀리고, 일이 바쁘더라도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살짝 숨을 돌리면서 눈을 붙이다가, 햇볕이 수그러들 즈음부터 바람이 선선할 때까지 다시 일손을 잡습니다. 이러고 나서 해가 떨어지면, 즐겁게 하루를 마치면서 자리에 눕지요.


  사람은 ‘회사원’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공무원’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한테 알맞고 기쁜 ‘일’을 하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도시로 가서 살아야 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도시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하고, 마을과 집에서는 마을살이와 보금자리 가꾸기를 기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일’을 내가 스스로 찾으면 됩니다. ‘내 삶’을 내가 손수 가꾸면 됩니다. ‘내 꿈’을 내가 몸소 이루면 됩니다. 일을 하는 삶이요, 꿈으로 가는 삶입니다. 일을 하면서 즐겁게 쉬는 삶이고, 꿈으로 가면서 기쁘게 노는 삶입니다.


  어른도 아이도 ‘직업’에 얽매이지 말 노릇입니다. 직업에 얽매이지 않으면 ‘돈이나 지위’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지 않고, 지위가 더 높아져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돈을 넉넉하게 많이 벌 수 있고, 누군가 우리한테 지위를 주겠다면 얼마든지 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기쁜 일을 하면서, 스스로 기쁜 마음이 될 책을 읽으면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손수 아름답게 일을 하면서, 손수 사랑스러운 마음이 될 책을 벗님으로 삼으면 됩니다. 4348.3.2.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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