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5) 눈밝은이


  눈이 밝은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밝아서 무엇을 바라보든 제대로 헤아리면서 깊이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맑은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맑아서 무엇을 마주하든 따스하고 너른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 밝은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 밝아서 무엇을 듣든 제대로 곱씹으면서 깊이 되새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 맑은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 맑아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누구하고나 따사롭고 넉넉한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과 귀가 밝은 사람이 있듯이, 입에 밝은 사람이 있습니다. 입이 밝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입이 밝은 사람은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번쩍 뜨거나 깨도록 이끌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할까요? 입이 맑은 사람이 있으면, 이녁은 누구하고나 따뜻하고 너그러운 숨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할 만할까요?


 눈맑다 . 귀맑다 . 입맑다

 눈밝다 . 귀밝다 . 입밝다


  한겨레는 예부터 ‘귀밝이술’을 마십니다. 나이가 들어도 귀가 어둡지 않도록 돕는 술이라고 합니다. ‘귀밝이’를 생각한다면 ‘귀어둠’도 함께 생각할 테지요. 그래서, 나이가 든 탓에 ‘귀어둠’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을 테고, 나이가 들지 않아도 ‘귀어둠’이 되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스스로 귀를 닫으면 귀어둠이 되고, 스스로 귀를 열면 ‘귀밝이(귀밝음)’이 됩니다.


  눈이 맑은 사람은 ‘눈맑은이’입니다. 귀가 맑은 사람은 ‘귀맑은이’입니다. 이러한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사람을 가리킬 새로운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눈맑은이·눈밝은이’가 곁에 있으면 아주 든든합니다. ‘귀맑은이·귀밝은이’가 이웃에 있으면 무척 즐겁습니다. ‘입맑은이·입밝은이’가 내 동무라면 대단히 기뻐요. 한편, 나 스스로 눈이 맑고 귀가 밝으며 입이 사랑스럽도록 다스릴 수 있습니다. 4348.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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