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3] 돈을 묻다, 쌈짓돈



  돈을 묻습니다. 오늘 바로 쓸 돈이 아니라고 여겨 얼마쯤 돈을 묻습니다. 나중에 쓸 생각으로 돈을 묻어요. 돈은 써야 할 곳에 알맞게 씁니다. 돈은 삶을 북돋우거나 살찌우려는 자리에 기쁘게 씁니다. 차근차근 모아서 주머니에 돈을 묻습니다. 쌈짓돈이 됩니다. 쌈짓돈은 적을 수 있지만, 많을 수 있어요. 크기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조금 묻든 많이 묻든 다음에 알뜰살뜰 쓰고 싶어서 묻습니다. 돈을 묻은 줄 잘 떠올리기도 하지만, 돈을 묻은 줄 까맣게 잊기도 합니다. 돈을 묻은 줄 알기에 어딘가 든든하고, 돈을 묻은 줄 모르기에 뜻밖에 나타나서 고맙다고 여깁니다. 내 쌈짓돈은 내 곁에서 포근한 빛살이 되어 줍니다.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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