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이 책을 못 읽히는 까닭



  학교도서관은, 여러모로 안타깝다면 안타까운데,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을 ‘수많은 지식 학습’으로 옭아매거나 가두거나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삶을 안 보여줍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삶과 동떨어지도록 내몹니다. 이러면서 학교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세우지요. 그래도, 이 같은 학교에 도서관이라도 있어 숨통을 틀 만한데, 막상 도서관에서 숨통을 트는 아이도 드뭅니다. 도서관에서마저 입시공부와 시험공부에 매달려, 정작 ‘삶짓기’를 하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읽지 못해요.


  학교도서관이 ‘책을 읽히는 곳’이 되려면, 이곳에는 참고서나 교과서나 문제집은 한 부조차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이 ‘책을 나누는 곳’이 되려면,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못 보여주는 삶을 보여주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입시공부나 시험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짓도록 이끌어 주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두고는, 이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내어 읽고 마음에 새긴 뒤, 언제나 온몸으로 펼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은 아주 아름다운 쉼터이자 배움터가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학교도서관은 제구실을 거의 못 하거나 안 합니다. 4348.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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