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775) 경제적 7


그녀에게 아들 한 명이 있고, 그녀의 꿈은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이효인-영화여 침을 뱉어라》(영화언어,1995) 24쪽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

→ 먹고살 만한 터전

→ 먹고살 만한 일자리

→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

→ 먹고살 만한 벌이

 …



  ‘경제적’이란 무엇을 가리킬까 생각해 봅니다. 숱하게 듣는 이 낱말을 새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경제가 될 만한”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러면, ‘경제’란 또 무엇이며, “먹고살 만한 경제 환경”이란 다시금 무엇을 이야기하는 셈일까요.


  어디에서나 듣고 어느 사람이나 쓰는 ‘경제’입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들마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라든지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야지” 같은 말씀을 꺼내거나, “경제적으로 아쉬운 것이 없어요”라든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살아요” 같은 말씀을 들려주곤 합니다.


 그한테는 아들 하나가 있고, 꿈이라면 먹고살 만한 보금자리요 일터이다

 그 여자한테는 아들 하나가 있고, 둘이서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를 꿈꾼다

 그 사람한테 아들이 하나 있고, 그이 꿈은 먹고살 만한 터전이라고 한다


  온누리가 모두 숨가쁘게 바뀌는 흐름이기에, 우리가 쓰는 말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누구도 ‘경제’나 ‘경제적’ 같은 말을 모르기도 했고 안 쓰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어느 누구나 ‘경제’와 ‘경제적’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는 ‘벌이·밥벌이·돈벌이·돈·살림·살림살이’ 같은 낱말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는 이와 같은 한국말은 외려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 그 사람은, 그저 먹고살 만한 벌이 하나만 있으면 했다

 아들 하나 있는 그이는, 무엇보다 먹고살 만할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했다


  “진지 자셨어요?”라 하던 말이 “식사하셨어요?”로 바뀌었고, “고맙습니다”라 하던 말이 “감사합니다”나 “땡큐”로 바뀌었으며 “생각 좀 해 봐”라 하던 말이 “아이디어 좀 내 봐”나 “창의적으로 사고해 봐”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라 주고받던 이야기를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처럼 바꾸어서 이야기해야 할 만한 오늘날일 수 있습니다. 다 바뀌니까요. 4340.1.3.물/4342.7.5.해/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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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한테 아들이 하나 있고, 그이 꿈은 먹고살 만한 터전이다

그 사람은 아들이 하나 있고, 먹고살 만한 터전을 갖추고 싶은 꿈이 있다


여자를 가리킬 때 ‘그녀’를 곧잘 쓰는데, ‘그’라고만 해도 되고, 사람이름을 밝혀서 적어도 됩니다. ‘그 사람’이라 적어 보아도 괜찮아요. “아들 한 명(名)이 있고”는 “아들이 하나 있고”로 다듬고, “갖추는 것이다”는 “갖추는 데에 있다”로 다듬어 봅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915) 경제적 8


실제로는 유행을 조작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자본가들과 ‘유행’이라는 마술로 무제한의 소비주의적 낭비를 조장하는 상품선전 산업의 요술

《리영희-스핑크스의 코》(까치,1998) 88쪽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 돈을 챙기는

→ 돈벌이를 일삼는

→ 돈벌이를 꾀하는

→ 돈을 쓸어모으는

→ 돈을 쓸어담는

→ 돈방석에 앉는

→ 앉아서 돈을 버는

 …



  학자나 교수나 기자는 으레 “경제적 이득을 취하다”처럼 말을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에서는 하나같이 이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 말로는 “돈을 벌다”일 뿐입니다.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이고, 1950년대에나 1970년대에나 1990년대에나 2010년대에나 늘 매한가지입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 말마디와 적게 배운 사람들 말마디는 서로 어긋나고 자꾸 나란한 금으로 엇나가는데, 이제는 살가우며 쉽고 고운 말씨를 되찾아야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경제적 이득’도 ‘머니’도 ‘재테크’도 ‘펀드’도 ‘사업 수익­’도 아닌 ‘돈’과 ‘돈벌이/돈벌기’를 말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4340.6.24.해/4342.3.24.불/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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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유행을 부추기면서 돈을 챙기는 자본가들과 ‘유행’이라는 마술로 끝없이 쓰고 버리게 하며 상품을 알리고 팔아먹는 요술


‘실제(實際)로는’은 ‘알고 보면’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손보고, ‘조작(造作)함으로써’는 ‘꾸미면서’나 ‘부추기면서’나 ‘만들어 내면서’로 손봅니다. “무제한(無制限)의 소비주의적(消費主義) 낭비(浪費)를 조장(助長)하는”에서는 ‘무제한적인’으로 안 쓰니 반갑지만 뒷말이 얄궂어요. “끝없는 소비와 낭비를 부추기는(북돋우는)”이나 “끝없이 쓰고 버리게 하는”으로 더 손질합니다. “상품선전(-宣傳) 산업의 요술”은 “상품을 알리고 팔아먹는 요술”로 다듬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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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964) 경제적 9


종류나 양, 수확물의 값으로 따져 보아도 뭍의 어떤 생태계보다 생산력이 높아 경제적이다

《박병상-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알마,2007) 118쪽


 생산력이 높아 경제적이다

→ 생산력이 높아 돈이 된다

→ 많이 거둘 수 있어 돈이 된다

→ 많이 거두니 쏠쏠하다

 …



  “돈이 된다”는 뜻으로 쓰인 ‘경제적’입니다. 돈이 된다면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돈벌이에 좋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많이 만지니 ‘쏠쏠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갯벌 값어치를 돈으로 재는 일은 달갑지 않습니다만, 돈으로 따지지 않으면 얕잡거나 깔보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런 말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갯벌을 갯벌 그대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가꾸면 좋을 테지만, 오로지 돈벌이로 생각하면서 마구잡이 삽날을 밀어붙이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살피고야 맙니다.


 어떤 곡식보다 많이 거두어 더욱 좋다

 어떤 곡식보다 나아 쏠쏠하다

 어떤 곡식보다 나으니 훨씬 훌륭하다


  스스로 삶을 아름다이 가꾸지 못하니, 갯벌 또한 갯벌대로 아름다이 가꾸지 못합니다. 그리고, 말과 글과 넋과 얼도 아름다이 가꾸지 못하고 맙니다. 4340.9.14.쇠/4342.3.24.불/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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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어들이는 가짓수나 부피로 따져 보아도 뭍에서 얻는 어떤 곡식보다 나으니 쏠쏠하다


‘종류(種類)’는 ‘갈래’나 ‘가짓수’로 다듬습니다. “양(量)과 수확물(收穫物)의 값으로”는 “부피와 거둠새”로 손볼 수 있지만, 썩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앞말과 함께 묶어 “거두어들이는 가짓수나 부피로 따져 보아도”쯤으로 고쳐쓰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뭍의 어떤 생태계”는 “뭍에서 자라는 어떤 곡식”이나 “뭍에서 얻는 어떤 곡식”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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