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23) 던지다 1


제법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우리들을 ‘불쌍하다’고 여기며 동정의 눈길을 던집니다

《김연자-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삼인,2005) 10쪽


 동정의 눈길을 던집니다

→ 동정합니다

→ 동정 어린 눈길로 봅니다

→ 동정하는 눈길로 봅니다

→ 가엾게 봅니다

→ 딱하게 여깁니다

→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



  말과 삶과 일과 놀이 모두 수수하게 마주하면서 바라볼 때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길을 찾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말하고 살고 일하고 놀 때에 가장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꾸미거나 숨기지 말고, 덧붙이거나 빼지 않을 때에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던지다’는 손에 쥔 것을 다른 것으로 보내는 일이나 몸을 어디로 뛰어드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일본말과 서양말이 뒤죽박죽으로 한국말에 스며들면서 얄궂은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가 퍼졌어요. 이러면서 ‘던지다’를 엉성하면서 얄궂게 쓰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어떤 행동을 상대편에게 하다”나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나 “어떤 것을 향하여 비추다”나 “어떤 화제나 파문 따위를 일으키다”나 “어떤 문제 따위를 제기하다”나 “그림자를 나타내다” 같은 자리에 ‘던지다’를 쓴다고 적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던지다’를 쓰지 않습니다. 모두 잘못 쓰는 보기이지만, 한국말사전을 이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싣고 맙니다. ‘던지다’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국말사전을 고쳐야 올바르고, ‘던지다’를 잘못 쓰는 보기를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알맞습니다.


  눈길은 ‘던지지’ 않습니다. “눈길을 둔다”고 하거나 “눈길로 본다”고 하지요. 한자말 ‘동정’은 그대로 두면서 “동정합니다”라든지 “동정 어린 눈길로 봅니다”나 “동정하는 눈길로 봅니다”처럼 적어야 할 보기글입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는 “불쌍하다고 여기며”라는 글월이 바로 앞에 있어요. 그러니, 겹말로 잘못 적지 않자면, “불쌍하다고 여기며 봅니다”나 “불쌍하다고 여기며 바라봅니다”처럼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 4338.8.21.해/4347.12.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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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제대로’ 살아온 사람은 이런 우리를 ‘불쌍하다’고 여기며 바라봅니다


“정상적(正常的)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살아온 사람”이나 “올바로 살아온 사람”으로 손질합니다. ‘동정(同情)’은 “딱하게 여김”을 뜻하는 한자말이기에, “불쌍하다고 여기며 동정의 눈길을 던집니다”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불쌍하다고 여기며 바라봅니다”나 “불쌍하다고 여기며 쳐다봅니다”로 바로잡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41) 던지다 2


어린 시절 선생님께 줄기차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 악의 근원은 어디이고 그것을 내쫓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줄곧 던져왔을 것이다

《앨리스 밀러-사랑의 매는 없다》(양철북,2005) 25, 33쪽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 물은 적이 있다

→ 여쭌 적이 있다

 질문을 줄곧 던져왔다

→ 줄곧 물어 왔다

→ 줄곧 여쭈어 왔다

 …



  제 어릴 적을 떠올려 보니, 많이 어릴 적에는 ‘묻다’라는 낱말만 썼습니다. 어른한테는 ‘여쭈다’라 써야 한다고 들은 듯하지만, 여러모로 헷갈려서 제대로 못 썼지 싶어요. 어느 만큼 나이를 먹고 철이 들 즈음부터 비로소 ‘묻다’와 ‘여쭈다·여쭙다’를 가려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많이 어린 아이들한테는 높임말을 낱낱이 가르치거나 알려주기는 어렵습니다. 아이 스스로 나이를 먹거나 철이 들면 저절로 알아채면서 제대로 가릴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어린이가 어른한테 궁금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 말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여쭈다’나 ‘여쭙다’로 고쳐써야 올바른데, ‘묻다’를 넣어도 됩니다.


  궁금한 이야기는 ‘던지’지 않습니다. 궁금한 이야기는 묻거나 여쭙니다. 어떻게 말을 던질 수 있을까요? 문학을 하면서 ‘말’이나 ‘글’도 얼마든지 던지고 받으면서 놀이를 한다고 쓸 수 있을는지 모르나, 여느 말마디나 글월에서는 이처럼 말장난을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학교와 여느 살림집을 비롯해서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이나 다른 모든 곳에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기를 바랍니다. 잘못된 말버릇을 고치기 힘들어 끝내 못 고칠 수 있습니다만, 고치려 하다가 안 되어 못 고치는 일과 처음부터 ‘내가 그냥 쓰는 말이 뭐 어때서’ 하는 생각은 사뭇 다릅니다. 4338.10.4.불/ 4347.12.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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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선생님께 줄기차게 여쭌 적이 있다 … 나쁜 것은 뿌리가 어디이고 이를 내쫓으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하고 줄곧 여쭈었으리라


“어린 시절(時節)”은 “어릴 적”으로 손보고, ‘질문(質問)’은 ‘물음’으로 손봅니다. “악(惡)의 근원(根源)은 어디이고”는 “나쁜 것은 어디에서 나오고”나 “나쁜 것은 뿌리가 어디이고”로 손질하고, “그것을 내쫓는 방법(方法)”은 “이를 내쫓으려면”으로 손질하며, “-왔을 것이다”는 “-왔다”나 “-왔으리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73) 던지다 3


사람들이 문법이나 용어의 사용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슬로건은 이미 슬로건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용식-한국영어를 고발한다》(넥서스,2005) 26쪽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 알쏭달쏭하게 여기는

→ 아리송하게 여기는

→ 궁금하게 여기게 하는

→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 얄궂다고 여기는

→ 얄궂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



  이 보기글을 쓴 분은 사람들이 어설프거나 엉성한 ‘한국 영어’를 쓰는 보기를 들면서 나무라거나 바로잡습니다. 그런데,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같은 말투는 껍데기는 한글이지만 번역 말투입니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바르게 쓸 뿐 아니라 한국말을 슬기롭게 쓰도록 이끌자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사람부터 말투와 낱말 하나하나까지 알맞고 올바르게 추슬러야지 싶습니다.


  물음표는 언제 붙일까요? 잘 알 수 없다고 여길 적에 물음표를 붙입니다. 그러니, “알쏭달쏭하게 여기는”이나 “아리송하게 여기는”으로 손질합니다. 알쏭달쏭하게 여기는 푯말이라면 엉뚱하거나 엉터리로 잘못 쓴 푯말일 테지요. 그러니 “얄궂다고 여기는”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4338.12.28.물/4347.12.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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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문법이나 낱말이 알쏭달쏭하다고 여기는 푯말은 이미 푯말로서 제구실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문법이나 용어(用語)의 사용(使用)에”는 “문법이나 낱말이”나 “문법이나 말투가”로 손보고, ‘슬로건(slogan)’은 ‘구호’나 ‘푯말’이나 ‘알림말’로 손보며, “슬로건으로서의 매력(魅力)을 상실(喪失)한 것이라는 사실(事實)이다”는 “푯말답지 않다는 이야기이다”나 “푯말로서 제구실을 못한다는 이야기이다”나 “푯말로서 제구실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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