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아플 적에


  어제보다 오늘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 밥을 먹을 만한 몸이 아니다. 물을 한 모금 마셔 보는데 속에서 잘 받는다고는 느끼기 어렵다. 이러면서 새벽부터 너덧 차례 물똥이 나온다. 물똥이 나오면서 속이 가라앉는다. 엊그제 먼뎃손님을 맞이하면서 바깥밥을 먹을 적에 크게 얹히며 몸이 앓았구나 싶다. 반갑게 맞이할 손님이 아니라 고단한 일 때문에 찾아온 손님이었기에, 참으로 힘들게 말을 꺼내야 해서 속이 이렇게 고단하구나 싶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한테 배와 감을 썰어서 내준다. 넉넉히 먹은 배와 감이 가라앉을 즈음 밥을 끓인다. 작은아이 입에서 “아, 배고프다!” 하는 말이 튀어나올 즈음 밥을 다 끓였고, 작은아이더러 “자, 보라가 수저 놓으렴.”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수저까지 곱게 밥상에 올린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서 못 먹으니까 오늘도 너희끼리만 먹으렴.” “아버지 어디가 아파요?” “온몸이 다 아파.” “아버지 얼른 나아서 밥 같이 먹으면 좋겠다.” “그래, 고마워.”

  지난날 우리 어머니는 이녁 몸이 아플 적에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 어머니는 아픈 티를 내신 적이 아주 드물다. 아픈 티를 내지 않으면서 날마다 세 끼니를 차리고 도시락을 꾸리셨다. 아픈 몸으로는 간을 보기도 힘들 텐데, 어머니는 어떻게 꼬박꼬박 끼니를 챙기고 도시락을 꾸리셨을까. 4347.12.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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