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9) 경제적 4


수출제일주의하 농업의 상황은 종속적인 경제의 성장과정이 낳은 경제적 귀결이다

《박현채-역사 민족 민중》(시인사,1987) 239쪽


 종속적인 경제의 성장과정이 낳은 경제적 귀결이다

→ 종속경제가 낳은 모습이다

→ 종속경제로 치달으며 나타난 모습이다

→ 종속경제가 보여준 모습이다

 …



  이 보기글을 어떻게 읽으면 될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밝히는 글이라 하는데, 글짜임이 무척 어지럽습니다. 먼저, 글짜임대로 살피면, “수출제일주의 농업 상황”은 “경제적 귀결이다”라는 소리이고,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은 “종속적인 경제의 성장과정” 때문에 나타났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종속경제 때문에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이 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무엇)下의 (무엇)의 (무엇)” 꼴로 적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무엇’을 넣는 자리에 으레 일본 한자말이 들어갑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의’를 하나 덜 넣었으나, 한국 말투가 아닌 일본 말투니다. “종속적인 경제”란 무엇일까요. ‘종속경제’라는 소리일 테고, 이 낱말을 경제학에서 쓰는 전문 낱말로 삼는다면 그대로 두어야 할 테지만, 종살이를 하거나 노예와 같은 경제를 일컫는 낱말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성장과정이 낳은 경제적 귀결”이라는 말마디도 일본 말투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과정이 낳은 귀결’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말이 있을까요? ‘성장하는 과정은 어떤 모습으로 끝났다’라든지 ‘성장하면서 어떤 모습이 되었다’처럼 고쳐서 적어야 올바릅니다.


  글짜임을 모두 뜯어고쳐서,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은 종속경제가 치닫는 마지막이다”라든지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은 종속경제로 뻗으며 나아가는 길이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글짜임도 글짜임이지만, 보기글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지 제대로 밝힐 노릇입니다. 이렇게 뜯어고친 글을 더 손질하면, “종속경제로 나아가면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이 되고 만다”쯤으로 적을 만합니다.


  한국 경제는 한국 나름대로 씩씩하게 서는 경제가 되어야 튼튼하리라 봅니다. 한국말은 한국말 나름대로 똑바로 서야 옳고 바르며 튼튼하리라 봅니다. 남한테 얽매이는 경제나 말이 아닌, 한국에서 스스로 힘을 기르고 슬기를 가다듬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학문을 하는 분들도 한국말을 알뜰히 추스르면서 갈고닦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38.3.19.흙/4342.5.6.물/4347.12.1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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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경제로 나아가면 수출만 앞세우는 농업이 되고 만다


“수출제일주의하(-第一主義下) 농업의 상황(狀況)은”은 “수출을 으뜸으로 내세우는 때에 농업은”이나 “수출만을 앞세우는 때에 농업은”으로 다듬습니다. “종속적(從屬的)인 경제의 성장과정(成長過程)이”는 “종속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이”나 “얽매인 경제가 나아가는 흐름이”나 “줏대없는 경제가 흐르는 모습이”로 손질하고, ‘귀결(歸結)’은 ‘마무리’나 ‘끝’이나 ‘마지막’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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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339) 경제적 5


“여보,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죠?” 엄마가 걱정스레 물었다.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양철북,2004) 93쪽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죠?

→ 돈은 어떻게 하지요?

→ 돈 걱정은 어쩌지요?

→ 교통비는 어떻게 하지요?

→ 찻삯은 어떻게 하지요?

 …



  돈이 적거나 살림이 쪼들린다고 할 때 으레 “돈이 적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살림이 어렵다”거나 “살림이 쪼들린다”고 하면 되지만, 요즈음에는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돈을 다루는 일에서 ‘돈’이라는 낱말을 거의 안 쓰고, 나라살림을 맡는 자리에서도 ‘경제 부처’만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과 잡지와 방송과 인터넷과 책이 모두 ‘경제’ 타령입니다. 막상 다루기로는 ‘돈’이나 ‘살림’이지만, 전문가와 작가와 기자와 지식인은 그저 ‘경제’만 소리 높여 외칠 뿐입니다.


 여보, 우리는 돈이 얼마 없는데 어쩌지요?

 여보, 우리 살림은 가난한데 어쩌지요?

 여보, 우리 주머니로는 힘든데 어쩌지요?

 여보, 우리 집은 어려운데 어쩌지요?


  가난하면 가난할 뿐입니다. 돈이 없으면 돈이 없을 뿐입니다. 살림이 어려우면 어려울 뿐입니다. 이 같은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말로도 알맞게 나타내면 됩니다. 4338.10.26.물/4342.2.16.달/4347.12.1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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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돈은 어떻게 하지요?” 어머니가 걱정스레 물었다. 찻삯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비(交通費)’는 ‘찻삯’이나 ‘버스삯’이나 ‘전철삯’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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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683) 경제적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릇이 깨질 때마다 마음을 아파하는 것은 굳이 경제적 손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여성 농업인의 삶과 전통문화》(심미안,2005) 23쪽


 경제적 손실 때문만은

→ 돈이 들기(나가기) 때문만은

→ 돈이 아깝기 때문만은

→ 돈이 아까워서만은

→ 돈이 깨지기 때문만은

→ 돈 나가는 소리가 들려서만은

 …



  그릇을 깨서 “경제적 손실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집살림을 하는 분들 입에서 이와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적이 있는가 헤아려 봅니다.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지, 동네 아주머니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 곱씹어 봅니다.


  한참 떠올려 보지만,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말한 적이 없구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나 아저씨는? 글쎄, 집살림을 하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그릇이 깨져서 살림이 줄어드는” 걱정을 할 뿐, “그릇이 깨져서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어이하여 이런 말투가 툭 튀어나올까요. 이 보기글을 쓰신 분은 어인 까닭에 이렇게 난데없이 “경제적 손실”을 외칠까요. 아줌마나 할머니가 잘못해서 그릇을 깨뜨리는 일을 놓고 왜 “경제적 손실”이라고 가리키는지 그지없이 궁금합니다. 학자가 학문을 하는 글을 쓸 적에는 “돈이 나간다”라 말하면 안 되고, “경제적 손실을 당했다”라 말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나라살림을 다루는 이들은 “돈을 잃었다”거나 “돈을 흘렸다”고 말하는 일이란 없이, 언제나 “경제적 손실”일 뿐입니다. “돈을 벌었다”고 말하지 않으며, “경제적 이익”을 올렸다고 말합니다.


 돈을 잃다 . 돈을 버리다 . 돈이 나가다 ← 경제적 손실

 돈을 벌다 . 돈을 얻다 . 돈이 들어오다 ← 경제적 이익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해야 합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삶을 꾸리고, 스스로 말을 가꾸어야 합니다. 내 손으로 내 삶터를 보듬으며, 우리 손으로 우리 이야기를 일으켜 말과 글을 보듬어야 합니다. 4339.10.19.나무.처음 씀/4342.5.6.물.고쳐씀.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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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릇이 깨질 때마다 마음이 아픈 까닭은 굳이 돈이 아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不拘)하고”는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나 ‘그런데’로 다듬고, “아파하는 것은”은 “아파하는 까닭은”이나 “아픈 까닭은”으로 다듬으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는 “때문만은 아니다”나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낀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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