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7
안노 미츠마사 글, 그림 | 송해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0



작은 사랑도 큰 사랑도 모두 같다

―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

 안노 미쓰마사 글·그림

 송해정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8.10.



  우리 집 큰아이는 ‘큰 것’을 좋아합니다. 큰아이라서 큰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둘레 어른처럼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거나, 어른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 큰아이는 다섯 살 적부터 ‘어른이 쓰는 큰 젓가락’을 씁니다. 아이 스스로 큰 젓가락을 쓰겠노라 외쳤습니다. 아이를 말릴 수 없으니 큰 젓가락을 쓰라 했고, 아이는 아이한테 아직 무거울 만큼 큰 젓가락을 씩씩하게 놀리면서 손힘과 아귀힘을 늘립니다. 이제 여느 어른 못지않게, 때로는 여느 어른보다 야무지게 젓가락질을 합니다.



.. 옛날 어느 나라에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커다란 것만 좋아하는 임금님은 지붕보다 더 높은 침대에서 잠을 잤습니다 ..  (2쪽)



  아이들은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 적에 ‘큰 것’을 집기도 하지만, 굳이 큰 것을 안 집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큰 것을 집어 보아도 먹기에 안 좋은 줄 알아차립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을 집어야 집기에도 수월하고 먹기에도 한결 나은 줄 깨닫습니다. 게다가 아주 조금 남은 먹을거리를 둘레에 나누어 줍니다. 한 줌이나 한 조각조차 아닌 조그마한 조각을 나누어 주지요.


  아이들은 주머니에 10원이 있어도 이 쇠돈을 동냥꾼한테 건넵니다. 아주 즐거우면서 씩씩하게 건넵니다. 돈이 크고 적고를 떠나, 이 돈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면서 건넵니다.


  10원 한 푼은 작다면 작다고 할 테지만, 열 사람 10원이 모이고 백 사람 10원이 모이며 만 사람과 십만 사람 10원이 모이면 안 작습니다. 작은 10원이 모이고 모여서 어마어마하게 큰 숲과 바다를 이룹니다.




.. “그렇게 작은 집게로 이를 뽑는 건 싫어!” 임금님은 더욱더 크게 울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모여 무지무지하게 커다란 집게를 만들었습니다 ..  (10쪽)



  안노 미쓰마사 님이 빚은 그림책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시공주니어,199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곧잘 ‘큰 것’을 노리는 우리 집 큰아이는 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습니다. 임금님이라는 사람이 큰 것만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조그마한 튤립꽃 한 송이를 얻는 모습을 보면서 덤덤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하고 지나칩니다.


  일곱 살 아이는 큰 것을 노려도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고작 이십 킬로그램을 조금 넘는 몸무게로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든지, 설거지를 거든다든지, 걸레질을 함께 한다든지, 빨래터 물이끼를 막대솔로 걷는다든지, 짐을 나른다든지, 마늘을 빻거나 풀무침을 섞는다든지 …… 온갖 일과 심부름을 하고 싶습니다. 옷가지를 잘 개고, 동생이 옷을 입기 힘들어 하면 양말과 신까지 발에 꿰어 줍니다. 몸뚱이는 작아도 마음은 너르며 고운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임금님이라는 사람은, 몸뚱이는 크지만 마음은 조그맣습니다. 좁쌀보다 작고 깨알보다 작으며 풀씨보다 작습니다. 흙알보다 작을 테며, 이웃이나 동무는 조금도 헤아리지 못합니다.  




.. 임금님은 또 대단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정원을 파서 넓은 연못을 만들고, 파낸 흙으로 커다란 화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임금님은 커다란 낚싯바늘에 커다란 찌를 매단 아주 커다란 낚싯대를 연못에 드리우고, 일주일 내내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렸습니다 ..  (19∼20쪽)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려 할 적에, 다른 사람은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요?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도록 하려고 심부름꾼이 잔뜩 달라붙어야 합니다.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쉬지 못합니다.


  그림책을 보다가 자꾸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4대강사업을 벌인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평화의댐 성금을 모아 가로챈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새마을운동을 벌이며 시골을 와르르 무너뜨린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을 외친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할 일은 ‘크지’ 않습니다. 큰 일은 안 해도 됩니다. 게다가, 큰 일이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손수 흙을 일구어 손수 밥을 얻고 손수 집을 지으면서 손수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면 됩니다. 세금이란 아예 없이 두레와 품앗이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조그마한’ 마을과 보금자리를 사람들 스스로 이루도록 함께 땀을 흘리면 됩니다.



.. ‘화분이 크니까 틀림없이 아주아주 커다란 튤립이 필 거야.’ 임금님은 이렇게 생각하며 날마다 꽃이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  (24쪽)



  작은 사랑이나 큰 사랑은 따로 없습니다. 사랑이면 모두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작으니까 모자라지 않아요. 저 사랑은 크니까 훌륭하지 않아요. 사랑은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은 모두 따스합니다. 그리고, 사랑이 어린 노래는 모두 즐겁습니다. 사랑이 어린 이야기는 모두 기쁩니다. 사랑이 어린 웃음은 모두 해맑습니다.


  몸뚱이가 작은 아이들 손을 잡고 사랑노래를 불러요. 몸뚱이가 큰 어른들은 이웃을 한껏 아끼고 돌보는 마음을 키워요.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아름다운 숨결이 되도록 이 지구별에서 사랑을 꿈꾸어요.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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