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에게 받은 음악 1
카츠타 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19



네가 나한테 들려준 노래

― 그애에게 받은 음악 1

 카츠타 분 글·그림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5.10.25.



  나는 노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나도 잘 모르던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으레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에는 잘 못 느끼다가 어느 날부터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참말 노래를 좋아했구나 하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주 어리던 예닐곱 살이라든지 여덟아홉 살 적을 떠올리면, 나는 늘 노래를 부르며 놀았습니다. 열두어 살 적에도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놀았어요. 다만, 학교에서 음악 실기시험을 치를 적에는 웃음거리였습니다. 가락은 맞추어도 높낮이는 못 맞추기 일쑤라서 교사들이 이런 나를 늘 놀림거리로 삼았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음악 교사는 나 같은 아이를 언제나 놀림거리로 삼았어요.


  국민학교 다닐 적에는 수업 때에만 피식 웃음거리가 된 뒤 지나갑니다. 국민학교에서는 누구 한 사람이 놀림거리가 되어도 그냥 서로 웃고 끝났는데, 중·고등학교에서는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국민학교에서는 수업에서 아무리 놀림거리가 되어도, 수업이 끝난 뒤에는 동무들과 놀며 온갖 놀이노래를 새롭게 지어서 불렀지만, 중학교부터는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안 부르며 지냈습니다.





- “예, 약속대로 우메코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아, 아직 졸업식은 치르지 않았어요.” “예, 내일이 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모레 여기를 떠납니다. 이쪽은 일본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그때까지 방 두 개를 부탁하겠어요. 그리고, 우메코가 좋다고 하면, 모레라도 함께 독일에 가고 싶습니다.” (15쪽)

- “있죠. 어머님이 일본인인가요?” “어머님? 아, 내 어머니? 그렇단다.” “그럼 전에는 어머니의 조국을 보러 오신 거예요?” “응, 쭉 일본에 가 보고 싶었거든. 난 이상하게 매화꽃에 향수를 느꼈지.” (21∼22쪽)



  카츠타 분 님이 빚은 만화책 《그애에게 받은 음악》(학산문화사,2005) 첫째 권을 읽습니다. 두 권짜리로 엮은 만화책입니다. 책이름에 ‘-에게’로 적었습니다만, “그애‘에게서’ 받은 음악”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너한테서 받는 선물이고, 어머니한테서 물려받는 책입니다. 토씨를 ‘-한테서(-에게서)’로 붙여야 합니다.


  아무튼, 따스한 숨결을 받아서 즐기는 노래가 삶을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애틋하게 들려주는 만화인 《그애에게 받은 음악》입니다. 줄거리를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노랫가락은 그 아이가 나한테 주기도 했지만, 내가 그 아이한테 주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한테 주기만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아끼는 마음을 키우는 노래입니다.





-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충격이었는데 아가까지 있구나.” “억.” “이러면 점점 더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전 세계 연주 여행을 할 수 없잖아.” (46쪽)

- “빗소리가 꼭 박수 같네요.” (52쪽)

- “그는 전 세계에도, 달에도 갈 생각이 없어. 하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달빛이 비치고 있고, 누구보다 자유롭게 피아노를 친단다. 그게 매력이지.” (63쪽)



  나는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줍니다. 내 온 사랑을 담아서 노래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은 나한테 노래를 들려줍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저희 사랑을 오롯이 담아서 노래를 들려줍니다.


  노래를 들으며 즐겁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웃음이 피어납니다. 노래를 들으며 저절로 춤을 춥니다. 즐거워도 노래요 슬퍼도 노래입니다. 홀가분해도 노래요 고단해도 노래입니다. 일을 하며 노래요 놀이를 하며 노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며 노래이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며 노래입니다.





- “세상에. 아주 훌륭한 피아노구나. 이 피아노에 지지 않을 만큼 실력을 쌓으렴.” (95쪽)

- “할아버지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음을 듣고, 그것을 그림에 담는 분이에요. 마음에 드는 소리는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하죠. 그래서 집에는 테이프가 산처럼 쌓여 있어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본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에요.” “나는 그림은 그리지 않지만, 사진을 찍어요. 기분상으로는 할아버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한순간의 공기를 붙잡아 두고 싶다고 할까요?” (166∼167쪽)



  우리 삶은 노래가 있기에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은 노래를 지으며 즐겁습니다. 우리 삶은 노래를 나누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자, 노래를 불러요.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대중노래도 좋습니다. 먼 옛날부터 흐르던 겨레노래도 좋습니다. 놀이노래도 좋습니다. 일본노래이든 미국노래이든 다 좋습니다. 만화영화에 붙은 노래이든 무슨 노래이든 모두 좋아요. 따사로운 기운을 넉넉히 담아서 불러요. 신나는 기운을 가득 담아서 불러요. 내 노래가 이웃과 동무한테 고운 사랑으로 퍼질 수 있도록 활짝 웃어요. 이웃과 동무가 부르는 노래를 내 가슴에 살포시 안으면서 기쁘게 씨앗 한 톨 심어요.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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