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여러 아이



  아이 하나를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이 아이가 언제나 어버이 꽁무니에 찰싹 달라붙으며 지내느라 다른 일을 보기 어려웠다. 아이 둘을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두 아이가 서로 달라붙어서 신나게 놀면서 지내니 틈틈이 다른 일을 볼 만하다. 아이가 여럿이라면, 이 여러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그야말로 재미나게 소꿉놀이로 하루를 보내리라. 다만, 여러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자면, 여러 아이들을 먹이자면,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재우자면, 여러 아이들한테 찬찬히 말을 하자면, 꽤나 힘이 들리라.


  아침부터 오줌이불을 빨고 나서,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새로 입히고 하니 훌쩍 낮이 된다. 아이가 서넛이라면, 또는 너덧이라면, 또는 대여섯이라면, …… 가만히 헤아린다. 예전에는 어버이가 이 아이들을 홀로 돌보며 참 고단했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큰아이가 동생을 돌보며 여러모로 일손을 덜었을 테고, 큰아이는 동생을 돌보면서 삶이나 사랑을 새로 돌아보았을 테지.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니 고맙다. 이불도 옷가지도 잘 마르겠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허리를 펴야겠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