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1.8. 큰아이―파란 집에서



  파랑을 좋아하는 큰아이는 그림을 그릴 적에 으레 파랑 물결을 이룬다. 파랑 빛연필과 파랑 크레파스와 파랑 볼펜을 손에 달고 산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에 까망 말고 다른 빛깔을 못 썼다. 어른들은 우리더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 밑금을 ‘까망’으로만 하고 다른 빛깔은 나중에 입히라고 했다. 일기장이든 공책에 까망 아닌 다른 빛깔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참으로 크게 나무랐다. 왜 온갖 빛깔 가운데 마음에 드는 빛깔로 그림을 못 그리게 했을까. 왜 수많은 빛깔 가운데 까망 하나만 손에 쥐도록 했을까. 파랑으로도 빨강으로도 노랑으로도, 푸른 빛깔과 짙푸른 빛깔과 옅푸른 빛깔로도 얼마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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