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떼 책읽기



  올들어 네 해째 까마귀떼를 만난다. 늦가을이 깊을 무렵 마을논에 까마귀떼가 내려앉는다. 봄이나 여름이나 첫가을에는 따로 지내던 까마귀가 늦가을이 되고 겨울을 맞이하면 크게 무리를 짓는다. 까마귀가 커다란 덩이로 무리를 지으면, 까치도 차츰 모여 커다란 무리를 이룬다. 논 한쪽에 까마귀떼가 내려앉으면, 논 다른 쪽에 까치떼가 내려앉는다. 논 옆 전깃줄에 까마귀떼가 새까맣게 내려앉으면, 논 다른 쪽 전깃줄에 까치떼가 새까맣게 내려앉는다. 까마귀떼나 까치떼만큼 대단하지는 않다지만, 참새도 가을부터 떼를 지어서 다닌다. 까마귀떼나 까치떼를 보다가 참새떼를 보면 참으로 앙증맞구나 싶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까악까악 노래를 한다. 까마귀이니까 까마귀 노래를 부른다. 몸집이 큰 새인 만큼 까마귀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하늘을 새까맣게 덮으면서 날아다니고, 아름드리 나무가 있으면 수많은 새가 다시금 새까맣게 내려앉는다. 나무가 휘청거린다. 나무에서 다리를 쉬던 까마귀떼는 곧 날아올라 하늘을 덮는다. 우리 집 위로도 까마귀떼가 지나간다.


  그런데 이 커다란 무리가 고작 사람 하나를 보고는 저 멀리 날아간다. 너희 무리쯤 되면 사람 하나쯤 대수로이 여기지 않아도 될 텐데. 너희 무리쯤 되면 사람 하나쯤 가볍게 덮쳐도 될 텐데. 아무쪼록 너희도 이 겨울에 굶는 아이 없이 씩씩하고 튼튼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빈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