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 장만한 그림책



  “어라? 아버지, 이 그림책 두 권 있어.” 일곱 살 책순이가 《쉿!》이라는 그림책을 두 손에 한 권씩 들면서 아버지한테 보여준다. “그래, 그렇구나. 두 권이네. 두 권 다 집에 있으니 도서관에 한 권 갖다 놓아야겠네.” “응, 도서관에 갖다 놓자.” 도서관에 갖다 놓을 한 권을 집어든다. 찬찬히 읽는다. 왜 나는 이 그림책을 두 권 장만했을까?


  처음 한 쪽을 넘기면서 아하 하고 깨닫는다. 그래, 그림도 이야기도 몹시 아름다운 그림책이로구나. 그래서 두 권 장만했구나. 글쓴이와 그린이를 더 알아보니, 타이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이 빚은 그림책 가운데 한국에 알려진 작품은 거의 없다. 그나마 글쓴이 민퐁 호 님 어린이문학이 한 권 한국말로 나왔지만, 이 책은 판이 끊어졌다. 무엇보다 《쉿!》이라는 그림책은 일찌감치 판이 끊어졌다.


  이 그림책을 널리 알린 사람이 없었을까? 이 그림책은 어린이도서연구회나 이런저런 모임에서 제대로 추천을 받은 적이 없을까?


  꼭 그렇지는 않으나, 한국에서는 아시아 여러 나라 그림책이 거의 안 나온다. 일본 그림책은 엄청나게 한국말로 옮기지만, 막상 중국 그림책은 몇 권 없고, 대만 그림책도 몇 가지 없으며, 베트남 그림책이라든지 스리랑카 그림책이라든지 타이 그림책은 그야말로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한국에서 번역하는 그림책은 ‘일본 그림책’이거나 ‘미국 그림책’이기 일쑤이고, ‘유럽 그림책’을 그럭저럭 번역하는데, ‘중남미 그림책’과 ‘아시아 그림책’과 ‘아프리카 그림책’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 흐름과 맞물리는 모습이리라 본다. 한국 사회가 미국바라기이거나 유럽바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요즈음 일본 문화를 아주 많이 받아들였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얄궂은 틀도 한몫 단단히 한다.


  그림책 《쉿!》은 한국말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타이 어린이문학은 한국에서 더 찾아볼 수 있을까? 아시아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이웃일까? 4347.11.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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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6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12-06 14:18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이지만, 헌책으로라도 장만할 수 있으면, 아니 절판된 책을 헌책으로 장만할 수 있으면 대단히 기뻐요. 비록 절판되고 말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과 숨결을 가슴으로 느낄 이웃님은 헌책방에서든 알라딘중고샵에서든 이 그림책을 예쁜 손길로 찾아내실 테지요?

축하해요! 즐겁게 누리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