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는 글쓰기



  나는 날마다 글을 씁니다. 자판을 두들겨 글을 쓰기도 하지만, 수첩이나 공책에 글을 쓰기도 합니다. 자판도 수첩도 없으면 마음에 글을 씁니다. 나 스스로 느낀 이야기를 마음속에 쓰고, 나 스스로 생각한 이야기를 마음밭에 쓰며, 나 스스로 알아채거나 깨달은 이야기를 마음자리에 씁니다.


  누군가는 글을 책으로 내놓습니다. 누군가는 인터넷에 글을 띄웁니다. 누군가는 일기장에만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어느 곳에도 글을 남기지 않으나 손바닥과 눈망울과 뼛속에 글을 새깁니다. 모양새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똑같이 글입니다. 왜냐하면,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요, ‘말’이란 넋이 바깥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넋’이란 삶을 짓는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기에 삶을 짓습니다. 삶을 짓는 말을 하기에, 이 말이 뼛속으로 스미기도 하고 꽃이 되거나 나무가 되기도 할 뿐 아니라 온누리를 그득 채웁니다. 책에 태어나야 글이 아닙니다.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묶은 책은 ‘글’이 새롭게 태어난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들풀 한 포기에서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들풀 한 포기나 들꽃 한 송이에서 ‘삶’을 읽을 줄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넋으로 지은 말이 깨어난 모습인 풀이나 꽃에서 삶을 읽을 때에, 비로소 내 하루가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깨어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깨어나는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나타냅니다. 글이 ‘말을 담는 그릇’인 까닭을 잘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넋이 드러난 모습’인 ‘말’인 까닭을 즐겁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이웃한테도 바라고 나한테도 바랍니다. 4347.10.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