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9] 숲책



  도시에서 나고 자라 어른이 되는 동안 이런 일을 하고 저런 책을 읽으면서 으레 ‘환경(環境)’이라는 말을 듣거나 썼어요. 둘레에서 흔히 쓰니 나도 으레 쓸 뿐이었어요. ‘환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피거나 헤아리지 않았어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여러 해 살면서 비로소 ‘환경’이 무엇인지 느낍니다. 바로 ‘숲’입니다. 오늘날 도시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지키자’고 말하지만, 정작 환경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거의 몰라요. 어린이도 어른도 ‘쓰레기 줍기’나 ‘쓰레기 나누어 버리기’를 해야 환경을 지키는 줄 잘못 압니다. 참말 ‘환경’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환경을 제대로 알려주거나 가르칠 사람이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거나 인문책을 많이 읽어도 환경을 올바로 알기 어려워요. 어쩔 수 없을 텐데, 삶은 늘 온몸으로 부대끼거나 겪거나 누리면서 배우기 때문이에요. 지식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깊이 헤아리거나 스스로 시골에서 살아야 비로소 ‘환경’을 바로보면서 제대로 알아차립니다. ‘환경’이 숲인 줄 알려면 시골에서 살아야 하는데, 농약 치고 비료 뿌리는 시골이 아닌,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맑은 ‘숲’에서 살아야 합니다. 맑은 물과 바람은 바로 숲에서 비롯하고, 집과 밥과 옷은 모두 숲에서 태어나요. 그래서, 우리 터전을 아름답게 지키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면, ‘숲책’입니다. ‘환경책’이 아닙니다. 숲을 말하고 숲을 밝히며 숲을 노래하는 책일 때라야 비로소 우리 모두를 지키도록 도와줍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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