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을 빗대어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꽤 있다. 아이들이 읽도록 하는 책 가운데 이런 책이 참 많다. 헬린 옥슨버리 님이 빚은 《행복한 돼지》도 ‘짐승인 돼지’를 빌어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책에 담은 이야기는 퍽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하고 뜻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볼 노릇이다. 이 이야기를 굳이 짐승을 빌어서 들려주어야 했을까? 그냥 ‘사람이 나와서 사람살이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꾸며야 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사람 이야기이지, 돼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에 갇힌 돼지도 아닌, 홀가분하게 지내는 돼지가 ‘도시 물질문명’에 홀린다고 하니, 말이 될까. 이만 한 얼거리는 아이들도 다 안다. ‘짐승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 이야기’인 줄 안다. 즐거움은 돈이나 도시에 있지 않고, 즐거움은 늘 내 마음속에 있는 줄 아이들도 다 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행복한 돼지》는 아이들한테 웃음을 자아내려고 빚는 한편, 이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히려는 어른들을 일깨우려고 빚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렴, 그렇겠지. 아이들이 돈 때문에 얽매일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이 돈을 갖고 싶다면서 악을 쓸 일이 어디 있겠는가. 돈 이야기는 오직 어른들 이야기이다. 돈 때문에 아웅다웅 다투는 사람은 오직 어른뿐이다.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행복한 돼지
헬렌 옥슨버리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10월 22일에 저장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