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봄까지꽃 만나기



  추위가 가시면서 따순 볕이 들 적에 거의 맨 처음으로 돋는 풀이 ‘봄까지꽃’이다. 이 아이 곁에서 코딱지나물꽃이랑 별꽃이 함께 돋는다. 냉이와 씀바귀도 뒤를 잇고, 꽃다지와 꽃마리가 나란히 고개를 내민다. 이른바 봄꽃잔치인데, 이 귀여운 아이들은 가을날에도 한 차례 돋곤 한다. 왜냐하면, 가을은 겨울 문턱인 터라 새벽과 밤에는 퍽 쌀쌀하다. 아침에 해가 돋으면서 썰렁한 기운이 차츰 가시면서 낮에는 볕이 꽤 뜨겁다.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봄이 이런 날씨인 터라, 가을에도 봄풀이 돋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에 처음 돋는 풀은 추위에 잎 끝자락에 조금 누런 기운이 돌곤 한다. 이와 달리 가을이 깊으면서 겨울을 앞둔 무렵에 돋는 풀은 추위보다는 따순 기운이 아직 더 많기 때문인지, 아니면 따순 기운을 듬뿍 머금은 흙에서 씨앗이 터지면서 돋기 때문인지, 잎 끝자락에 누런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온통 푸른 빛깔 잎사귀를 내놓는다.


  가을풀을 뜯어서 먹으면 봄풀보다 한결 보드라우면서 싱싱하구나 싶다. 추운 고장에서는 가을풀을 만나거나 먹기 힘들 테지만, 따스한 고장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새삼스레 맛난 나물을 얻는구나 싶다.


  가을 봄까지꽃은 한창 잎사귀를 이쁘장하게 내놓는다. 며칠 뒤에 꽃송이가 올라올까. 십일월에 꽃봉오리를 터뜨릴까. 날마다 찬찬히 지켜보아야겠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