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마을의 유치원 웅진 세계그림책 146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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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3



예쁘장한 숲 놀이터에서

―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4.9.11.



  빵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빵굽기를 들여다봅니다. 밥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밥내음을 맡고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밥짓기를 살펴봅니다. 가겟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온갖 손님을 마주하며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사람맞이를 바라봅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아이들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랍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아이들은 시골을 모르고, 시골살이는 생각하지 않으며, 시골일을 알 턱이 없습니다. 이러면서 거의 모든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만화영화에서 흐르는 도시 모습을 다시금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학교에 들어가면,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끄는 대로 ‘진로 교육’을 받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도시에서 돈을 버는 일자리입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일이나 바다에서 김을 훑거나 고기를 낚는 일을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교사는 없습니다.





.. 나뭇잎이 휘리리 날아올랐다가 사르르 떨어졌어요. “깜짝 놀랐네!” 잠시 마음을 놓았을 때예요. “휘잉! 회오리바람이다!” 코타가 떨어진 나뭇잎을 두 손 가득 모아 하늘을 향해 휙 던졌어요 ..  (10쪽)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란 아이 가운데에는 빵이라면 보기 싫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랐기에 누구보다 빵내음을 살가이 여기면서 새롭게 빵굽기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자 집안에서 학자가 나오고, 교사 집안에서 교사가 나오며, 정치꾼 집안에서 정치꾼이 나오듯이, 노동자 집안에서 노동자가 나오곤 하고, 노래꾼 집안에서 노래꾼이 나오곤 해요. 그렇지만, 시골마을 농사꾼 집안에서 농사꾼이 나오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빵집이 되려면 누군가 밀씨를 심어서 밀알을 거두어야 합니다. 밥집이 되려면 누군가 볍씨를 심어서 벼알을 거두어야 합니다. 빵집이나 밥집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빵과 밥을 먹으니, 누군가는 밀씨와 볍씨를 심어서 가꾸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학교와 사회와 마을에서는 농사꾼 이야기를 보여주지도 들려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을까요. 왜 우리 교육과 사회와 정치는 아이들한테 ‘스스로 삶을 짓는 길(자급자곡)’을 안 보여주고 안 들려주며 안 알려줄까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엄마, 가게 놀이 축제 때 초대할 거니까 꼭 와야 돼요!” ..  (20쪽)



  나카야 미와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웅진주니어,2014)을 읽습니다. 도토리 마을은 숲에 있습니다. 모두 도토리이니 숲에 마을이 있고 유치원이 있겠지요. 저마다 나무가 낳은 아이인 도토리입니다. 도토리 마을 유치원을 보면, 올망졸망 이쁘장한 도토리 아이가 나옵니다. 이 도토리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어버이가 저마다 다른 살림을 꾸리면서 돌봅니다.


  도토리 마을 유치원에서는 늘 ‘숲놀이’를 합니다. 숲에 있는 마을 유치원이니 ‘숲 유치원’이기도 합니다. 나뭇잎이 동무이고, 흙이 벗이며, 햇볕과 바람이 곁님입니다. 도토리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하나씩 키웁니다. 저마다 제 어버이가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살피면서 ‘나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되겠어요!’ 하는 꿈을 키워요.


  도토리 아이를 낳은 도토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주 기쁘리라 생각해요. 무척 보람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조그마한 숲에서 조그맣게 마을을 이루는 도토리 이웃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삶을 짓습니다. 다투거나 싸우는 하루가 아닌, 아끼며 보살피는 하루입니다. 그러니, 도토리 아이들은 도토리 어버이한테서 즐거운 노래를 물려받을 테지요.





.. 선생님들이 손님들에게 우산을 나눠 주었어요. 아이들도 선생님을 도왔지요. “우산 가게가 있어서 다행이네!” 손님들이 말했어요. “우와, 정말 멋지다!” 우산을 펼치니 친구들이 그린 그림이 조각조각 붙어 있었어요 ..  (31쪽)



  도토리 마을 유치원에서 가을잔치를 엽니다. 도토리 아이들은 스스로 잔치를 마련하여 엽니다. 도토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듯이 밥을 짓고 빵을 굽는 시늉을 합니다. 흙과 열매와 잎으로 모든 일을 해요. 도토리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잔치를 열도록 도우면서 조용히 한 가지를 챙깁니다. 비가 올 수 있기에 우산을 챙겨요. 우산에는 도토리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붙였고요.


  아이들은 어른을 믿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즐겁게 웃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믿으며 신나게 뛰놀며 큽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마주보면서 즐겁게 하루를 짓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숲마을 이야기인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인데, 이러한 모습이 도토리 아이들뿐 아니라 사람마을 아이들한테서도 흐른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맑게 웃고 노래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시 한복판에도 숲이 있기를 바라고, 도시에서도 텃밭을 가꾸어 푸성귀와 열매를 싱그러이 얻어서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아이들이 기쁘게 보고 배울 만한 사회와 마을과 터전을 어른들이 알뜰살뜰 새로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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