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3] 일없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우리 사회에서 ‘일없다’는 북녘말이고 ‘괜찮다’는 남녘말이라고 똑 잘라서 가르곤 합니다. 책이나 방송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제껏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어요. 이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뒤적여 살필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며칠 앞서 이웃마을로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갔는데, 이웃마을에서 만난 할매가 “일없어. 더 안 줘도 돼.” 하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봅니다. 어라, ‘일없다’라니, 이 말은 전라말이기도 한가? 아니, ‘일없다’는 북녘말이 아닌 우리 모두 쓰는 말, 그러니까 서울말이 아닐 뿐인가?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일없다’를 북녘말로 따로 가르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거나 마음을 쓸 일이 없다는 뜻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일없다’를 말한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누가 왜 ‘일없다’를 북녘말이라고 했을까요? 북녘사람뿐 아니라 시골사람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 몇몇 지식인이나 기자가 어설피 퍼뜨린 이야기가 잘못 뿌리내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참말 한국사람은 제발 한국말사전 좀 살짝이라도 뒤적이면서 말을 할 노릇입니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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