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어느 공무원을 문득 스친 뒤



  토요일 낮에 고흥군청 앞으로 간다. 고흥에서 뜻과 생각을 가꾸려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서 조그맣게 저잣터를 열었다. 저잣터에 네 식구가 나들이를 간다. 낮 두 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서, 낮 네 시 사십 분 군내버스로 집으로 돌아오려 한다. 그늘이 드리운 곳에 앉아서 쉬는데, 고흥군청 어느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 아저씨를 만난다. 군청에서 일한다는 분은 그냥 ‘군청에서 일한다’고 말씀한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참 뒤, 우리는 군내버스 타러 일어선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앞서 그분이 ‘고흥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하고 물으시기에, “어려운 일은 없어요. 그런데, 군청에서 자꾸 어려운 일을 만드네요. 멀쩡히 있는 골짜기 바닥을 들어내어 시멘트를 들이부어 망가뜨리지를 않나, 깨끗한 바닷가에 청소년수련원을 새로 짓는다면서 숲을 밀어서 바다를 온통 더럽히지를 않나. 사람들이 고흥에 관광을 하러 온다면 아름다운 숲과 바다를 보러 올 텐데, 숲과 바다를 망가뜨리기만 하니, 이런 일들 때문에 우리 식구가 고흥에 앞으로도 그대로 살아야 할는지 말아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한다.


  나무를 밀어서 자동차가 드나들기 좋은 찻길을 닦으면 사람들이 숲으로 올까? 이런 숲에 오는 사람도 있겠지. 물과 모래가 맑고 아름다운 바닷가에 시멘트를 퍼부어서 ‘산책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바다로 올까? 이런 바다에 오는 사람도 있겠지.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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