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0. 그림을 타고난 사람



  그림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타고나거나 사진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밥짓기를 타고난다든지, 자전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를 타고나거나 셈하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한 가지를 타고납니다. 때로는 두어 가지를 타고날 수 있고, 어느 때에는 모든 것을 타고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어른이 되는 사이, 내가 어릴 적에 보여준 타고난 솜씨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오직 대입시험 공부만 시키는 학교를 다니다가 내 타고난 솜씨를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타고난 것이 있어요.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런 재주나 저런 솜씨가 있거나 없거나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달리기가 느리거나 힘이 여리더라도,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달리기가 느리지만 사랑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힘이 여리지만 사랑이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을 잘 찍거나 못 찍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잘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못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기계를 잘 다루기에 잘 찍는 사진이라면, 잘 찍는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까요? 잘 찍는 사진이라지만, 이 사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거나, 어떠한 사랑도 감돌지 않는다면 어떤 뜻이 있을는지 궁금해요. 이야기도 없고 사랑도 없다면, 사진을 사진이라고 해도 될는지 궁금해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리고픈 대로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잘 찍거나 못 찍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찍고픈 대로 사랑스레 찍으면 됩니다. 사진 한 장에 내 사랑을 담아서 찍습니다. 사진 한 장을 내 사랑으로 읽습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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