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5. 네 손길이 닿는 곳에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쯤이라면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따로 잠자리에 들리라 느껴요. 열 살이나 열두 살이어도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 할 수 있어요.


  내 나이가 서른 살이나 마흔 살쯤 된다면, 꽤 나이를 먹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 일이 없을 수 있는데, 내 나이가 쉰 살이나 예순 살쯤 된다면, 나보다 늙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눌는지 모릅니다.


  어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보면, 나는 어버이한테 아이입니다. 늙은 어버이는 젊은 아이가 잠자리에서 이불을 차는지 뒹구는지 살핍니다. 젊은 아이는 그냥 내처 잘 테지만, 늙은 어버이는 자다가 곧잘 깹니다. 아이가 잘 자도록 이불깃을 여미거나 반듯하게 누여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아직 밤잠을 느긋하게 누린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집 아이들이 나이를 제법 먹는다면 밤잠을 느긋하게 잘 수 있으리라 보는데, 아직 그때까지는 퍽 멀지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많이 어렸을 적에는 천기저귀를 가느라 밤잠을 잘 수 없었고, 천기저귀를 뗀 뒤에는 밤오줌을 누이느라 잘 수 없었으며, 요즈음은 이불깃을 여미느라 잘 수 없습니다. 자다가 문득 잠을 깨면 어김없이 두 아이 모두 이불을 걷어찼기에 찬찬히 이불깃을 여밉니다. 밤새 이렇게 보내요.


  나는 내가 예닐곱 살이나 서너 살 적에 어떻게 지냈는지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무렵 내 어머니가 밤마다 어떻게 하셨을는지 그릴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우리 집 아이들한테 하듯이, 내 어머니도 밤마다 내 이불깃을 여미어 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이루셨겠지요. 내가 처음 밤오줌을 가리려 할 적에도 밤잠을 쫓으면서 쉬를 누여 주셨겠지요.


  사진은 사진기라고 하는 기계에 있는 단추를 눌러야 찍습니다. 필름이든 디지털파일이든 단추를 눌러야 태어납니다. 그런데, 단추를 누르기 앞서, 우리 손길이 먼저 닿아야 할 곳이 있어요. 내가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으로 손길이 먼저 따스하게 닿아야 합니다. 내 손길이 내 살붙이나 이웃이나 동무한테 따사롭게 다가갑니다. 네 손길이 나한테 따사롭게 다가옵니다. 서로서로 따사롭게 마주보면서 즐겁게 손을 잡습니다.


  굳이 어떻게 만들거나 꾸며야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서로 아끼는 사랑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고 아름답게 사진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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