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화 - 한대수 사진집
한대수 지음 / 시공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189



노래하며 사진을 찍으렴

― 작은 평화

 한대수 사진

 시공사 펴냄, 2003.11.12.



  한대수 님이 찍은 사진을 보면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한대수 님은 스스로 즐겁게 살면서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고 스스로 즐겁게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사는 사람은 거리낄 일이 없습니다. 즐거우니까요. 즐거움을 생각하니까요.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즐겁습니다. 마음속에 오직 즐거움을 담으면서 노래하니 다 같이 즐겁습니다. 이제 사진을 생각합니다. 즐겁게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어떤 모습을 담을까요? 즐겁게 찍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될까요?


  삶이 슬프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야말로 슬픕니다. 슬픈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슬픔에 젖습니다. 슬픈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떠할까요? 찍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슬픔에 젖겠지요.


  사랑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서로서로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을 담아 글을 쓰면, 서로서로 사랑을 주고받습니다. 사랑을 담아 사진을 찍으면, 너와 내가 모두 사랑을 누립니다.


  사진에는 좋거나 나쁜 빛이 없습니다. 어떻게 찍든 모두 사진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사진이고,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담기는 빛입니다. 즐겁기에 더 좋지 않고, 슬프기에 더 나쁘지 않습니다. 기쁘기에 더 낫지 않으며, 아프기에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평화》(시공사,2003)라는 사진책을 읽습니다. 평화라면 평화일 테지만, 이 사진책은 굳이 ‘작은 평화’입니다. 평화라 한다면 너른 평화나 큰 평화라 할 수 있을 텐데, 한대수 님은 이녁 사진책을 ‘작은 평화’로 이름을 붙여서 선보입니다.


  한대수 님은 “이 책에 실린 모든 사진들은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 순간들을 포착한 것이다(책머리에).” 하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한대수 님 마음을 건드린 모습들은 ‘작은 평화’인 셈입니다. 언제나 ‘작은 평화’를 그리는 삶이고, 날마다 ‘작은 평화’를 떠올리는 삶이며, 노래를 부르거나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랑을 속삭이거나 ‘작은 평화’를 바라는 삶입니다.


  ‘작은 평화’란 무엇일까요. 밥 한 그릇이 자그맣게 평화입니다. ‘작은 평화’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뎃잠을 자든 공원 긴걸상에 누워서 자든 호텔에 깃들어 자든 40층 아파트에서 자든 모두 자그맣게 평화입니다. 머리를 붉게 물들이든, 태어날 적부터 붉은 머리카락이든, 저마다 자그맣게 평화예요.


  자그마한 평화는 어디로 갈까요. 자그마한 평화는 자그마한 사랑으로 나아갈 테지요. 자그마한 사랑은 어디로 갈까요. 자그마한 사랑은 자그마한 꿈으로 나아가겠지요. 자그마한 꿈은 어디로 갈까요. 자그마한 꿈은 자그마한 샘물처럼 퐁퐁 솟아서 자그마한 냇물을 이루다가 자그마한 바닷가로 흘러들어 자그마한 노래로 거듭나리라 느껴요.






  노랫가락에 평화로운 숨결이 서립니다. 사진 한 장에 평화로운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노랫가락에 따사로운 숨결이 깃듭니다. 사진 한 장에 따사로운 넋이 자랍니다.


  사진책 《작은 평화》를 찬찬히 읽고 나서 첫 쪽으로 돌아갑니다. 한대수 님이 책머리에 적은 글을 다시 읽습니다. “나는 뉴요커다. 이 변화무쌍한 혼돈의 도시에서 나는 이혼을 하고, 재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시련을 겪으며, 차이나타운에서 업타운까지 거대한 애버뉴의 길목마다 지울 수 없는 추억을 새겨 왔다(책머리에).”와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대수 님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뉴욕에서 무척 오래 지냈습니다. 요즈음은 한국에서 늦둥이를 낳아 싱글벙글 지내시지 싶습니다. 그동안 뉴욕에서 평화를 꿈꾸며 노래를 부르던 삶을 사진으로 담아 《작은 평화》를 선보였다면, 앞으로는 ‘양호’와 함께 꿈꿀 평화를 노래하면서 사진을 한 장 두 장 선보일 테지요.


  아름답게 꿈꾸며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이 땅에서 아름답게 꿈꾸며 노래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름답게 꿈꾸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이 지구별에서 아름답게 꿈꾸며 사랑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꿈을 꾸기에 아름다움으로 나아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아름다움을 스스로 빚습니다. 꿈을 꾸며 아름다움으로 나아가기에 노래가 샘솟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노래 한 가락 즐겁게 부르면서 한손에 사진기를 쥐고 다른 한손에 연필을 쥡니다. 4347.9.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과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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