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234) -의 경우 1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을 잘했을 때는 반드시 무슨 상을 주는 것이 좋다. 개의 경우는 커다란 제스처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다

《增井光子/미승우 옮김-동물과의 대화》(언어문화사,1976) 135쪽


 개의 경우는

→ 개는

→ 개를 다룰 때에는

→ 개한테는

 …



  한자말 ‘경우(境遇)’는 “(1) 사리나 도리 (2)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만일의 경우”와 “대개의 경우”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을 놓고 한국말사전에 두 가지 뜻풀이가 나옵니다만, 참말 이 한자말을 쓸 만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의 경우는 이러하다”가 아니라 “개는 이러하다”나 “개한테는 이렇게 한다”나 “개를 다룰 때에는 이러해야 한다”처럼 말해야 올바르게 쓰는 한국말이라고 느낍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개를 돌볼 때에는”이나 “개와 함께할 때에는”이나 “개를 키울 때에는”이나 “개를 길들일 때에는”이나 “개한테 무엇인가 가르칠 때에는”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경우에 따라서 (x)

 때에 따라서 (o)


  “만일의 경우”나 “대개의 경우”란 무엇일까요. “만일에는”이나 “대개는”일 테지요. 그리고 ‘만일(萬一)’은 ‘어쩌다’나 ‘어쩌면’이나 ‘설마’나 ‘그래도’로 손볼 수 있고, ‘대개(大槪)’는 ‘흔히’나 ‘으레’나 ‘거의’나 ‘거의 모두’로 손보면 됩니다. 4337.6.4.쇠/4347.9.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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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을 잘했을 때에는 반드시 무슨 선물을 주면 더 좋다. 개는 커다란 몸짓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도 좋다


“그리고 중요(重要)한 것은 …… 상(賞)을 주는 것이 좋다”은 “그리고 선물을 주면 더 좋다”로 손질합니다. ‘제스처(gesture)’는 ‘몸짓’으로 손보고,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다”는 “쓰다듬어 주면 좋다”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62) -의 경우 2


우리 말의 경우만 하더라도 산 너머 이쪽 지역과 저쪽 지역의 말이 다르다

《한새암,최병두,조희범,박원석,문틈-전라도 우리 탯말》(소금나무,2006) 11쪽


 우리 말의 경우만 하더라도

→ 우리 말만 하더라도

→ 우리 말만 보더라도

→ 우리 말만 생각하더라도

→ 우리 말은 어떤지 보더라도

 …



  “위의 경우(境遇)는”이나 “다음의 경우는”처럼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무엇)의 경우”로 쓰이는 셈입니다. 이때에는 “위는”이나 “다음은”으로 고쳐야 알맞아요. 그런데 “위의 경우는”은 “위는”으로 고쳐도 알맞지 않아요. “앞서는”으로 더 고쳐야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우리 말만 하더라도”처럼 다듬으면 됩니다. ‘-의 경우’를 통째로 덜어내면 돼요.


  그러나 이런 일본 말투는 우리 말투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우리 고장말을 살피는 학자가 쓴 책에도 이런 말투가 끼어들 만큼. 4339.10.11.물/4347.9.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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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만 하더라도 산 너머 이쪽과 저쪽은 말이 다르다


“이쪽 지역(地域)과 저쪽 지역”은 “이쪽과 저쪽”으로 고쳐 줍니다. ‘지역’은 군더더기로 붙었거든요. ‘지역’을 ‘곳’으로 고쳐 놓고 보면 얼마나 어설픈 겹말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79) -의 경우 3


중국이나 조선의 경우와 비교할 때, 만약 막부 말기의 양이론을 고수한 채 돌진했더라면

《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임성모 옮김-번역과 일본의 근대》(이산,2000) 20쪽


 조선의 경우와 비교할 때

→ 조선과 견주어 볼 때

→ 조선을 생각할 때

→ 조선이 어떠했는가 살필 때

 …



  보기글에서는 ‘경우’를 덜기만 해도 되겠지요. “중국이나 조선과 견줄 때”라고 적으면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토씨 ‘-의’이고 뭐고 얄궂게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경우’라는 한자말을 넣으면서 말투가 얄궂게 뒤틀려요.


  느낌을 더 또렷하게 한다든지 남다른 뜻을 담고 싶다면, “중국과 조선이 어떠했는가”나 “중국과 조선이 그때 어떠했는가”나 “중국과 조선 모습은 어떠했는가”쯤으로 살을 붙이면 됩니다. 4340.12.22.흙/4347.9.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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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조선과 견줄 때, 자칫 막무 끝무렵에 나온 양이론에 매달린 채 달려들었더라면


‘비교(比較)할’은 ‘견줄’로 다듬고, “막부 말기(末期)의 양이론”은 “막부 끝무렵에 나온 양이론”으로 다듬습니다. ‘고수(固守)한’은 ‘지킨’이나 ‘밀어붙인’이나 ‘매달린’으로 손질하고, ‘돌진(突進)했더라면’은 ‘달려들었더라면’이나 ‘뛰어들었더라면’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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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0) -의 경우 4


사진을 찍기 위한 취재 여행의 경우는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갖고 있는 카메라 전부를 가져가기도 한다

《전소연-가만히 거닐다》(북노마드,2009) 35쪽


 취재 여행의 경우는

→ 취재 여행은

→ 취재 여행을 할 때에는

→ 취재 여행을 하면

→ 취재 여행을 한다면

→ 취재 여행이라면

 …



  처음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여러 말투 가운데 하나였는데, 요즈음에는 관용구처럼 퍼졌지 싶습니다. 회사나 기관에서 쓰는 말투라고 할까요. 가만히 살피면, 회사나 기관에서 쓰는 말투는 일제강점기에 뿌리를 내리거나 퍼졌습니다. 일본사람이 일본 회사나 기관에서 쓰던 말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투를 한국사람이 스스로 고치거나 다듬거나 바로잡지 않은 채 그대로 썼어요.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였으니 일본말을 쓰느라 길들었고, 해방 뒤에는 일본 제국주의 찌꺼기를 제대로 털지 못한 탓에 그만 뿌리뽑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말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하다 보니, 알맞게 쓸 말을 모르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4347.9.7.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진을 찍으려는 취재 여행이라면 모든 수에 맞추어 내가 가진 사진기를 모두 가져가기도 한다


“찍기 위(爲)한”은 “찍으려는”으로 다듬고,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狀況)에 대비(對備)하기 위(爲)해”는 “모든 수에 맞추어”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맞추려고”로 다듬습니다. “갖고 있는 카메라(camera) 전부(全部)”는 “내가 가진 사진기를 모두”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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