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혼자 갈 만한 나이는 몇 살쯤일까 어림해 본다. 다섯 살 아이가 혼자 다닐 수 있을까? 글쎄, 집과 아주 가깝다면 혼자 다닐는지 모른다. 여섯 살이면? 글쎄. 일곱 살이면? 글쎄. 모르겠다. 그림책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을 들여다본다. 어린 가시내가 서울에서 유치원에 가는 ‘어느 비 그친 날’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가 그친 날인데, 길에 흙기운도 물웅덩이도 풀개구리도 없다. 그래, 서울 한복판이니까. 서울 한복판에서는 비가 아무리 와도 흙이 쓸릴 일은 없겠지. 그런데, 이야기 무대는 ‘나무가 있는 공원’ 계단이다. 이런 데에도 비가 그친 뒤에 흙이 하나도 없을까. 개미집도 있는데.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핀다고 하니까 늦봄에서 이른여름 사이쯤 되리라 느낀다. 그림책을 보면 ‘하얀 꽃송이’가 아닌 ‘초록 이파리’가 바람에 떨어졌다고 글로 나오는데, 아이가 손에 쥔 것은 ‘이파리’가 아닌 ‘줄기’이다. 무엇보다, 봄이나 여름에 짙푸르게 빛나는 나뭇잎은 바람에 거의 안 떨어진다. 아니, 아예 안 떨어진다고 해야 옳다. 하얀 꽃송이가 바람에 떨어진다고 하면 모를까, 왜 잎이 떨어진다고 했을까? 아마, 아카시아잎이 잔뜩 달린 줄기가 길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이 그림책에 글을 쓴 분은 보았을는지 모른다. 다만, 왜 ‘잎줄기’가 떨어졌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니 그림책에 글을 이렇게 썼으리라. 왜 잎줄기가 떨어지는가? 거위벌레가 갉았기 때문이다. 바람 때문에 잎줄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따사로운 빛을 살가이 그리려는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로구나 싶으면서도 곳곳에서 보이는 아쉬운 모습 때문에 우리 집 아이들한테는 이 그림책을 안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4347.8.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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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탁혜정 그림, 이상희 글 / 초방책방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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