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페 일기 2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다카페 일기 2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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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86



아이들을 왜 사진으로 찍는가

― 다카페 일기 2

 모리 유지 글·그림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펴냄, 2009.12.15.



  아이들을 사진으로 왜 찍을까요? 귀엽거나 사랑스러우니까 찍을까요? 우리 아이들이니까 찍을까요? 반가운 이웃집 아이들이니까 찍을까요? 사진으로 찍기에 가장 수월하거나 즐겁기 때문에 찍을까요?


  나는 아이들을 낳아서 함께 살아가기 앞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습니다. 내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라기보다, 내 사진감이 아니기도 했고, 아이들이 어떤 숨결인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아기로 이 땅에 태어나 어린이로 자란 숨결이지만, 어른이라는 몸뚱이로 지내면서 ‘아이로 누리는 삶’을 떠올리거나 되새기지 못했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와 시골에서 살면서 사진을 바지런히 찍습니다.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찍는다고도 할 테지만, 이보다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 아이들 눈빛과 몸짓에서 ‘내가 누린 어린 나날’을 읽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바로 내가 어릴 적에 놀던 모습입니다. 이 아이들이 짓는 웃음은 바로 내가 어릴 적에 짓던 웃음입니다. 무엇보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날마다 누리는 고운 이야기를 사진으로 찬찬히 담아서 물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을 선물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나는 사진만 찍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는 이야기를 꾸준히 글로 씁니다. 아이들과 틈틈이 그림놀이를 합니다. 함께 그림을 그려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모두 그러모읍니다. 아이가 깍두기공책에 쓴 글놀이 자국도 고스란히 모읍니다. 이러면서 저절로 ‘동시’를 써요. 왜 동시를 쓰느냐 하면,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저희 삶을 깨닫고 가꾸는 길에 길동무가 될 만한 이야기는 바로 어버이인 내가 스스로 지어서 나눌 때에 가장 즐겁다고 느껴서 동시를 써요.





  사진책 《다카페 일기》(북스코프,2009) 둘째 권을 읽었습니다. 여러 해 앞서 읽었습니다. 《다카페 일기》는 2012년에 셋째 권이 한국말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웃음빛이나 웃음노래를 담은 사진책입니다.


  모리 유지 님은 《다카페 일기》 둘째 권을 열며 “주로 집 안이나 집 근처에서만 찍었습니다. 하루하루 물 흐르듯이, 내일도 모레도 부디 잔잔히 흐르길 기도하면서(머리말).” 하고 말합니다. 잔잔히 물처럼 흐르는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사진을 찍었다는군요. 그래요, 물을 생각하고 꿈꾸기에 모리 유지 님 사진은 언제나 물과 같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을 닮는 사진이 아니라, 오롯이 물빛이 되는 사진이라고 느낍니다.


  모리 유지 님은 왜 이녁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을까요?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얼마나 즐거울까요? 사진이 늘 함께 있으니 어버이도 아이도 기쁘게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하루 누릴 만할까요?


  모리 유지 님네 아이들은 유치원을 거쳐 학교에 들어갑니다. 예방주사를 맞고 패밀리레스토랑에 갑니다. 놀이공원에도 가고 동물원에도 가며, 그야말로 ‘도시에서 흔히 보는 여느 집’과 같이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차근차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갈 테며, 대학입시를 치르겠지요. 그러고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몇 해 지내다가 회사에 들어가려 할 테고, 짝꿍을 찾아 시집이나 장가를 가면서 제금을 날 테지요. 머잖아 손자 손녀를 맞이할 테고요.






  그야말로 물과 같이 흐르는 삶입니다. 다만, 냇물이나 골짝물이나 바닷물처럼 흐르는 삶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냇물이나 골짝물이나 바닷물이란 ‘숲’이에요. 사람이 억지로 따로 만든 ‘도시’가 아닙니다. 태어나고 주사 맞히고 학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회사원 되도록 하고 아이 낳도록 해서 늙다가 죽는 삶이란, 숲다운(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닙니다. 도시에 맞는 흐름이요, 댐에 가둔 수돗물과 같은 흐름입니다.


  그러면, 숲다운(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무엇일까요? 숲다운 흐름으로 물처럼 빛난다면, 아이들이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집을 짓는 길을 익힐 테지요.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밥·옷·집이라는 살림을 물려줄 테지요. 몸을 다스리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칠 테고, 마음을 가꾸면서 삶을 날마다 새로 짓는 길을 보여줄 테지요.


  사진책 《다카페 일기》는 ‘도시에서 누리는 수돗물 흐름’으로 보자면 무척 보드랍니다. 수돗물도 꽤 맑습니다. 수돗물은 지저분하지 않아요. 다만, 수돗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아요. 수돗물을 쓰려면 시골마을과 숲을 엄청나게 물에 가두는 댐을 크게 지어야 합니다. 수돗물을 쓰려고 땅밑에 물관을 엄청나게 파묻습니다.





  스스로 곱게 흐르는 냇물과 골짝물이 있는데, 왜 우리는 따로 댐을 짓고 물관을 파묻어야 할까요. 스스로 해맑게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데, 왜 우리는 해맑게 흐르는 물줄기를 아름답게 건사하지 않으면서 자꾸 공장과 찻길과 자동차와 물질문명으로만 치달을까요. 지구별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이런 물질문명과 도시 물결에 그대로 휩쓸리기만 해야 즐거울까 궁금합니다. 지구별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흐름을 타면서, ‘유아원·유치원·학교·학원·대학교·짝짓기·회사원 되기·아이 낳기·집 장만·자가용 몰기·늙기·여행·여가생활·죽음’과 같은,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나 늘 모두 똑같은 틀에 맞추어서 삶을 보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다카페 일기》 둘째 권은 “이른 저녁 시간에 목욕을 하고 베란다에서 시원하게 보내는 것,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는 것, 제일 좋아하는 마쓰야의 생과자를 먹는 것, 새 커피콩이 뜨거운 물을 머금고 놀랄 만큼 부푸는 것, 앰프의 진공관을 바꾸고 히죽거리는 것, 바다의 숙제 답을 몰래 가르쳐 줘 일찍 끝내게 하는 것, 하늘이를 간지럼 태워서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것 …… 아내와 둘이 드라마의 다음 편을 기다리는 것, 그런 작은 선물을 많이 준비하면서 앞으로도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야지 생각합니다(맺음말).” 하고 흐르는 말로 끝맺습니다. 사진책 《다카페 일기》에 흐르는 사진과 이야기는 아주 수수합니다. 수수하면서 예쁘장합니다. 예쁘장하면서 아기자기합니다. 아기자기하면서 애틋합니다. 애틋하면서 살뜰합니다.


  그러나, 이뿐입니다. 따사로우면서 보드라운 빛이 흐르지만, 이렇게 흐르면서 끝납니다. 아니, 이렇게 끝맺어도 넉넉하다고 할 수 있어요. 더 바라야 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를 물을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떤 삶을 스스로 찾아서 누릴 때에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이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찾고 살피고 누리면서 마음을 살찌울까요. 알록달록 눈부신 하늘빛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떻게 거듭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귀여운 모습으로만 찍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이 사회 얼거리를 아이들한테 그냥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셔요. 이 정치 얼거리와 경제 얼거리와 교육 얼거리를 아이들한테 그냥 물려주겠습니까? 이 입시지옥과 취업지옥을, 이 끔찍한 공해덩어리 도시 물질문명과 핵발전소와 전쟁무기를 아이들한테 그냥 물려주겠습니까? 폭력이 춤추는 군대를 아이들한테 그냥 물려주겠습니까?


  아이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하면서 찍는 사진은 아이들이 ‘입시지옥 중학교’에 들어가기 앞서까지 찍을 수 있겠지요. 그러면,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바라보면 될까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될까요?


  사진을 찍는 여느 어버이 한 사람이 지구별이나 사회를 몽땅 갈아엎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손을 놓고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이 지구별에서 ‘어른들이 만든 슬프고 바보스러운 것’을 그대로 물려받도록 할 마음을 품는 어버이란 없을 테니까요. 수수하며 부드러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밑바탕은, 이 지구별을 넓게 품으면서 깊이 사랑하는 여느 어버이들 작은 손에 있습니다. 4347.8.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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